2009년 03월 05일
「매란방」국내 포스터 / 곤극「모란정」DVD 득템

매란방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개봉하는군요!
사실 처음 딱 봤을땐 장쯔이만 너무 부각시킨 것 같아서 뭐야... 이러면서 스크롤바를 내렸는데 하단에 양귀비가 춤을 추고 있지 않겠어요! 마치 장국영님으로 보이는 저 모습!!!ㅠㅠㅠㅠ (여명씨 미안...)
자, 이쯤에서 장국영님의 이 짤이 나와줘야 하는겁니다. '귀비취주' 양귀비.


다만 '패왕별희의 실존 모델 매란방'이라고 광고하는 문구에서는 으응?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매란방이 데이같은 삶을 살다 간 줄 알겠어요. 장쯔이만 크게 나온것도 그렇고 저 문구도 그렇고 그냥 보면 멋진데 뜯어보면 걸리는 것들이 좀...;; 제가 예전에 장국영과 매란방 포스팅에서도 얘기한 바 있지만, 데이의 모델이 매란방이라면 그건 삶이 아니라 경극배우로서의 이미지예요. 일부러 비슷하게 찍은 사진도 있었고, 극 중 데이가 공연한 작품들과 매란방이 특히 잘 추었던 작품들이 겹치더라구요.
하지만 첸 카이거의 두번째 경극영화, 그것도 패왕별희와 겹치는 시대이다 보니 매란방의 주연배우는 자연히 장국영의 뒤를 잇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캐스팅된 여명을 두고 끊임없이 장국영과 비교논란이 일고 있더군요. 더불어 이 영화가 패왕별희만큼 할 것인가도.
그에 대해 첸카이거 감독이 직접 언급을 했는데, 한줄 요약하자면,
"매란방이 패왕별희를 능가할 거란 생각은 갖지 말고, 여명에게서 장국영을 능가하는 연기를 기대하지 마라."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는 뉘앙스에 후덜덜했습니다; 하지만 저 뒤에 길게 부연설명하길,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밀기엔 장국영과 여명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고, 그것은 꽤 시간차를 두고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두 영화에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게다가 저 역시도 장국영과 여명을 비교하는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싶어요. 두 영화가 아예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으면 몰라도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추억처럼 남기고 간 명연기에다가 어떻게 갖다대요. 존재하지 않는 만큼 그 흔적은 더욱 견고해지고 아름다워서 누구도 흠집낼 수가 없거든요. 여명이 아무리 잘해도, 날고기는 배우들을 데려와도 그건 무리예요.
저는 첸 카이거가 또 경극영화를, 그것도 매란방을 소재로 만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에 젖어 이 영화를 볼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손해를 보고 들어간 여명에 대해선 기본 이상만 해줘도 박한 소리 못할 것 같습니다. 무술장면만 빼고 모든 경극연기를 다 직접 했대요. 장국영과 비교되는 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람이 보여줄 좋은 연기와 열정이 '장국영만 못하다' 하는 말로 끝난다면 너무 억울한 일이죠. 물론 좋은 연기를 보여줬을 때에 한해서지만. 아무튼 감독님은 패왕별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오늘 교보문고에 놀러갔다가 특판 세일 DVD 코너에서 곤극<모란정>을 보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당장 데려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이게 DVD로 나와있었을 줄이야.....무려 자막도 달려있어요.ㅠㅠ



곤극은 청나라때 경극의 등장으로 쇠퇴했지만 원래 중국 명나라 시대에 상류층의 고급취미로 성행한, 가장 오래된 전통극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경극과 별로 구분은 안가지만, 경극이 남성적이라면 곤극은 연애담과 낭만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다뤘던 여성적인 극이죠. 그 중에서 <모란정>은 여주인공 두여랑을 매란방이 연기함으로써 곤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해진 희곡이지요.
이게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전편을 다 올리려면 며칠이 걸린다나요;; 그래서 모란정은 주로 발췌극으로 공연하는데요, <패왕별희>에서 데이가 분한 아래의 모습은 모란정 중에서도 제10착 '유원경몽'입니다.

제가 지른 이것은 1999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무려 18시간동안 공연한걸 2시간으로 축약한(ㅜㅜ) 편집본이래요. 그래도 지금까지 따로따로 발췌극으로만 공연되었던 모란정을 복원해서 전편을 다 무대화한데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중국에선 시도도 못해본 것이 미국에서 실현되다니, 역시 자본이 있고 봐야 한다는....-_-;;
모란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년에 가부키 배우 반도 타마사부로가 중국 본토에서 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일본의 가부키 배우가 중국의 전통극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한다는 점이 중일교류의 상징적 사건이 되어서 우리나라에도 뉴스가 떴네요. 여기 타마사부로도 매란방을 언급하고 있네요.
가부키계의 전설로 남을 반도 타마사부로를 단순히 가부키 배우로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스로 창작가부키를 올리기도 하고, 가부키를 노, 모던무용극, 영화등 다른 장르와 다양하게 접목해보기도 하고 요요마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서 단독무를 추기도 하고(우리나라에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양귀비를 가부키화 시키기도 하고, 이젠 곤극에 도전하고.... 6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며 범위를 넒혀가는 무용가예요. 언제 따로 단독 포스팅을 해야 할텐데....
이쯤에서 타마사부로의 모란정 공연모습. 왼쪽의 분홍색 옷입니다.

커튼콜. 가운데의 흰 옷이 타마사부로.
오른쪽의 파란 옷은 타마사부로와 번갈아가며 두여랑을 연기한 중국배우라네요.

처음엔 간단히 쓰려고 했던 것이 어쩐지 가지를 치면서 길어졌네요^^;; 하긴 장국영, 패왕별희, 매란방, 경극, 타마사부로... 제가 사랑해마지 않는 것들이 다 들어가있는데 말이 안많아지고 배기겠어요 하하;
# by | 2009/03/05 00:02 | ●영화 | 트랙백 | 덧글(2)
2006년 08월 21일
매란방과 장국영
매란방梅蘭芳
<패왕별희>에서 느꼈던 첸카이거의 경극사랑을 차기작 <매란방>에서 확신하게 되자
괜시리 그동안 모아둔 패왕별희 관련사진들을 쫙 훑어봤는데요.
문득 느낀게 첸카이거는 패왕별희를 만들 당시부터 매란방을 찍고 싶어하지 않았나...
패왕별희의 데이를 상징하는 것이 우희였고, 그가 가장 잘 연기하는 것도 우희였지요.
매란방도 우희를 특히 잘 연기했다고 합니다.
데이는 극 중 북경 경극계의 최고 스타였는데 그건 매란방도 마찬가지였고요,
일본을 위해서 춤을 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도 은근히 비슷합니다. 둘은 다른 선택을 했지만요.
게다가 장국영의 이 사진은 일부러 매란방처럼 찍은 듯하네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볼에 가져다 댄 모습이 아주 흡사합니다.
왜 저렇게 찍었을까...
아마도 첸카이거는 장국영에게서 매란방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고 제멋대로 생각하게 되네요^^;
어릴적, 매란방의 손자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기 때문에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매란방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당에서 검무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해요. 춤을 출때마다 발에 동여맨 하얀 끈도 인상에 남았다고 하구요.
첸카이거의 그 어릴적 추억이 <패왕별희>를 만들게끔 했을런지도 모르죠.
그러나 매란방은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지만 장국영은 매우 슬퍼보이는 얼굴이에요.
마치 영화 속 데이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이처럼 <패왕별희>는 은연중에 매란방을 투영하긴 했지만 데이는 매란방과 같아질 수 없습니다.
원작 <사랑이여 안녕>을 따라가느라 <패왕별희>에서 못다 드러낸 부분을 차기작 <매란방>에 담아낼 것 같네요. 실제로 뵌 분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 분이니 이 영화에 들일 공이 매우 각별하겠습니다.
이쯤에서 매란방과 장국영의 같은 공연 사진.
금산사金山寺의 백소정白素貞

백사白蛇의 정령입니다. 허선을 사랑해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속세로 내려오지요.
귀비취주貴妃取酒의 양귀비陽貴妃

술을 마시며 고력사에게 슬픔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다가
빙글빙글 빠르게 돌며 취란광태를 보이는 장면이 귀비취주의 백미라고 하네요.
<패왕별희>에선 이 대목이 극중 데이의 심리를 상징했었죠.
매란방은 양귀비의 심리상태를 부채로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패왕별희覇王別姬의 우희虞姬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지용^^
유원량몽柳園諒夢의 두여랑杜麗랑

양가집 규슈 두여랑은 꿈에서 사랑을 나눈 서생을 잊지 못해 숨을 거두지만
그 서생의 꿈에 현몽하여 자신의 무덤을 찾게 해서 되살아나 함께 맺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두여랑를 따르는 저 시녀 이름이 '춘향'이랩니다;
뭐, 춘향에게는 향단이가 있으니까요^^
첸 카이거는 패왕별희를 완성하고 난 뒤 꿈을 꾸었는데,
장국영이 우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자신에게 작별을 했다고 하네요.
그것만으로도 첸카이거가 우희와 장국영에게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것 같아서 슬퍼지더군요.
매란방도 그에 못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되길.
<패왕별희>에서 느꼈던 첸카이거의 경극사랑을 차기작 <매란방>에서 확신하게 되자
괜시리 그동안 모아둔 패왕별희 관련사진들을 쫙 훑어봤는데요.
문득 느낀게 첸카이거는 패왕별희를 만들 당시부터 매란방을 찍고 싶어하지 않았나...
패왕별희의 데이를 상징하는 것이 우희였고, 그가 가장 잘 연기하는 것도 우희였지요.
매란방도 우희를 특히 잘 연기했다고 합니다.
데이는 극 중 북경 경극계의 최고 스타였는데 그건 매란방도 마찬가지였고요,
일본을 위해서 춤을 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도 은근히 비슷합니다. 둘은 다른 선택을 했지만요.
게다가 장국영의 이 사진은 일부러 매란방처럼 찍은 듯하네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볼에 가져다 댄 모습이 아주 흡사합니다.
왜 저렇게 찍었을까...
아마도 첸카이거는 장국영에게서 매란방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고 제멋대로 생각하게 되네요^^;
어릴적, 매란방의 손자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기 때문에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매란방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당에서 검무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해요. 춤을 출때마다 발에 동여맨 하얀 끈도 인상에 남았다고 하구요.
첸카이거의 그 어릴적 추억이 <패왕별희>를 만들게끔 했을런지도 모르죠.
그러나 매란방은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지만 장국영은 매우 슬퍼보이는 얼굴이에요.
마치 영화 속 데이의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이처럼 <패왕별희>는 은연중에 매란방을 투영하긴 했지만 데이는 매란방과 같아질 수 없습니다.
원작 <사랑이여 안녕>을 따라가느라 <패왕별희>에서 못다 드러낸 부분을 차기작 <매란방>에 담아낼 것 같네요. 실제로 뵌 분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 분이니 이 영화에 들일 공이 매우 각별하겠습니다.
이쯤에서 매란방과 장국영의 같은 공연 사진.
금산사金山寺의 백소정白素貞

백사白蛇의 정령입니다. 허선을 사랑해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속세로 내려오지요.
귀비취주貴妃取酒의 양귀비陽貴妃

술을 마시며 고력사에게 슬픔과 안타까움을 토로하다가
빙글빙글 빠르게 돌며 취란광태를 보이는 장면이 귀비취주의 백미라고 하네요.
<패왕별희>에선 이 대목이 극중 데이의 심리를 상징했었죠.
매란방은 양귀비의 심리상태를 부채로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패왕별희覇王別姬의 우희虞姬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지용^^
유원량몽柳園諒夢의 두여랑杜麗랑

양가집 규슈 두여랑은 꿈에서 사랑을 나눈 서생을 잊지 못해 숨을 거두지만
그 서생의 꿈에 현몽하여 자신의 무덤을 찾게 해서 되살아나 함께 맺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두여랑를 따르는 저 시녀 이름이 '춘향'이랩니다;
뭐, 춘향에게는 향단이가 있으니까요^^
첸 카이거는 패왕별희를 완성하고 난 뒤 꿈을 꾸었는데,
장국영이 우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자신에게 작별을 했다고 하네요.
그것만으로도 첸카이거가 우희와 장국영에게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것 같아서 슬퍼지더군요.
매란방도 그에 못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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