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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가부키

[만화] 가부쿠몬 1권 (내용 언급 주의)

11일 신작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어머 이건 사야해+_+ 했습니다.
가부키를 다룬 만화라니, 생각해보면 왜 이게 지금까지 안나왔는지 이상해요. 숱한 전문 직종은 물론 연극이나 노 등 예능을 다룬 만화는 쌔고 쌨는데 왠지 가부키를 다룬 만화는 지금까지 못봤던 것 같아요. 울 나라에 안들어왔을 뿐일 수도 있지만요; <내일의 왕님>이나 <타임슬립 닥터진>에서 가부키가 살짝 곁다리로 나오기만 해도 가슴 두근거렸는데 이렇게 가부키로 가득찬 만화를 보니 아아.. 보는 내내 황홀하더라구요.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였어요ㅠㅠ

그리고 작가분이 군계의 다나카 아키오씨잖아요. 사실.. 군계는 본 적이 없습니다만(퍽) 이름은 익히 들었던 데다가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이잖아요. 가부키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잘 묘사할 거라 생각했어요. 직접 보니.. 아아.. 멋져요.ㅠㅠ

가부키에는 미에(見得)라는 독특한 표현이 있어요. 무대를 한번이라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어떤 동작을 취하다가 순간적으로 정지동작을 취하는건데요, 최고조의 순간에 우뚝 정지해서 아름답게 보이는 고정된 상을 만들어내는거예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이죠.
이 만화의 미에는 수묵화입니다. 만화의 컷으로 연결되는 가부키의 동작을 보다가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감각적인 수묵화에 멍-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오직 배우만 보이는 순간- 배우가 무대 위에서 발하는 그 미에의 효과를 지면 위로 옮겼다고 할까요.

이 작가분이 원래 수묵화를 애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부키의 그림같은 동작들을 만화로 그리는데 있어서 어찌보면 난관일 수 있는 미에의 차별화를 펜선->수묵의 전환으로 표현한게 정말 탁월하다 싶더라구요. 그리 남발되지도 않구요. 미에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카타(型:일정한 동작이나 자세)에도 쓰입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가부키 배우들의 얼굴을 꽤 사실적으로 묘사하더라구요. 두껍고 강렬한 분장을 그리느라 캐릭터의 원래 얼굴이 실종되는 일도 없고, 배우가 늙으면 늙은대로 분장 뒤의 주름과 나잇살들을 그려넣는데 온나가타(여자역을 하는 배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진 턱이나 굵은 목 등 남자의 느낌을 숨기지는 않아요. 실제로도 60 넘은 남배우가 무대 위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을 연기하곤 하기 때문에 이런 묘사들이 현실적인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번역입니다. 고어와 독특한 리듬으로 이루어져서 현대 일본인들도 못 알아듣는 가부키의 대사를 우리의 옛 경성말로 옮기는 센스라니요! 예를 들자면 상연작품 <스케로쿠>에서 스케로쿠의 첫 등장 장면의 대사 번역은 이렇습니다.

"사모하는 마음으로 물들은 이 내 몸 다셧군데.
네 거리 뒤헤 찻집에서 젓고 적시나니 비의 미노와에 브는 찬 봄바람.
처엄 관례를 치른 애솔. 솔 가장자리 훤칠한 니마. 방죽 8가 바람 브나니.
매얄하는 약조에 나봇기난 소믜의 님자 그리샤.
여긔 스케로쿠 아프로 가나니 흥치랍기~ 가히 없도다."


여기에 아래아 한글도 잔뜩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쫄 필요 없습니다. 대사 밑에 괄호를 넣어서 현대어로 풀어주거든요; 이것도 원판을 그대로 따른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내용 속에 등장한 가부키 작품을 해설하는 페이지를 따로 넣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가부키에 관심있는 저에겐 마른 하늘에 단비와도 같은 만화였어요.ㅠㅠ

1권에 나오는 가부키는 <스케로쿠>, <세명의 키치사>, <테라코야>, <간진초>, <카츠요리코이히메스와코> 인데 이걸 만화로 보는 것도 즐겁지만 가부키 명문가의 적통 나카무라 소타로의 전통 가부키와, 그저 그런 집안 출신 햇병아리 배우인 주인공 신쿠로의 파격적인 가부키로 각각 맛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연극만화의 정석이랄 수 있는 '수재와 천재의 대결'을 가부키 무대에 옮겨놓으니까 어찌나 흐뭇하던지요^^

천재 신쿠로는 실제로는 없는 잘린 목과 소쩍새들을 연기만으로도 관객들 눈앞에 현현시킬 정도로 그 능력이 키타지마 마야와 맞먹는 캐사기급 캐릭인데요, 그를 지켜보는 소타로는 몇백년간을 이어온 전통에 속박되는 연기와 배우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거죠. 신쿠로가 만화주인공답다면 소타로는 가부키 명문가에 태어나 대를 잇는 사람이라면 역시 저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은 현실적인 캐릭터입니다.

문득 이 만화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걸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일본에서 만화를 드라마화 하는게 대세이기도 하고 가부키 배우가 드라마를 찍는건 드문일도 아니잖아요. 언제까지 사극들마나 영화에서 눈요깃거리로 조금씩 나오는 모습만 봐야 합니까. 본격적으로 가부키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가부키 배우가 제대로 된 가부키 연기를 펼치는걸 보고 싶어요!!!+_+


이쯤에서 캐스팅 망상. :D
나카무라 소타로는 아무래도 진짜 가부키 배우가 맡아야 할 간지인데요(;) 소타로와 똑같은 가부키계의 프린스이며 몇년전에 습명공연도 했고 얼마전에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미스터 브레인 1회에 게스트 출연하여 첫 현대극 연기를 펼쳐서 호평을 받기도 한 이치카와 에비조씨야말로 양보할 수 없는 나이스 캐스팅. 가능성으로는 소타로와 가문도 같고 다방면으로 자유롭게 활약하는 나카무라 시도가 훨씬 높아보이지만 좀 취향이 아닌지라.....;;

왼쪽이 소타로의 스케로쿠, 오른쪽이 에비조의 스케로쿠 (그리고 표정을 따라하는 싱고;;)



이치사카 신쿠로는 전통을 깬다는 캐릭터상 현역 가부키 배우가 연기하기엔 거시기한 면이 있고 해서 일반 연기자가 맡아야 할 듯 싶은데 그러면서도 가부키 연기를 천재적으로 우월하게 소화할 배우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왠지 타키가 대안이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타키자와 히데아키는 주연을 맡은 정월 시대극에서 가부키 배우를 대역없이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요(왼쪽 사진), 매년 하는 공연 타키자와 연무성에서도 직접 가부키 공연을 할 정도로(오른쪽 사진) 가부키 사랑이 남다른 것 같더라구요. 드라마화가 결정되면 섭외할 필요없이 그냥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나설 것 같음; (다만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는거;; 만화에서는 뭔가 휘적휘적한 느낌? 체형이 뭔가 하야미 모코미치급;;)


아무튼 제발 이 만화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대박나서 드라마든 영화든 뭐든 실사화까지 되어준다면 금상첨화죠.
그런데 이거 울 나라 사람들에겐 좀 거리감있는 소재다보니 안 팔릴 것 같았는데 홍대 북새통에 가니까 다 나갔다네요? 그래서 그 옆의 툰크서 사긴 했지만.. 좀 아리송합니다. 의외로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건지 아니면 워낙 존재감이 없어서 재고를 갔다놓는걸 잊은건지...; 북새통에 신간재고 없어서 못 산건 처음이라서 기분이 묘하네요.



p.s) 아, 재미있는 건 주인공에게 천재성을 물려준 조상으로 그 이쿠시마 신고로가 나와요! 에도시대 때 오오쿠의 오토시요리 에지마와 스캔을 일으켜 유배를 당한 그 가부키 배우말입니다.(영화 <오오쿠>에선 니시지마 히데토시씨가 맡았지요) 이 사람이 여기선 혼령으로 나와서 주인공을 지켜보면서 아직 한참 모자라는군 뭐 이런 소리 지껄이면서 성장을 기다리더라구요;;
아무튼 한낱 배우면서도 오오쿠의 귀부인과 정을 통한 건 담대한 데가 있고 인기 배우가 섬으로 유배를 당하고 배우인생 쫑친건 극적인 데가 있고...딱히 오오쿠 중심으로 다루지 않아도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쓰는걸 보니까 반갑더라구요.
1권 말미에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해서 이쿠시마 신고로의 가부키 얘기가 전개되던데 담권이 기대돼요!


by 아테 | 2009/06/12 23:40 | ●책 | 트랙백 | 덧글(2)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건, 역시 옆나라 연극이랄까;
가부키도 무척 보고 싶은데 그저 유투브 영상으로 조금씩 맛볼 뿐이다.

가부키 <겐지모노가타리>



히카루 겐지-이치카와 신노스케
무라사키노우에-오노에 키쿠노스케
후지츠보-반도 타마사부로

...라는 환상적인 라인업.ㅠㅠ
이거 가부키계에서는 드물게 단독 화보집까지 나왔다던데(나올만도 하지;) 이거라도 구해봐야 할 듯.


몇번인가 재탕한 신노스케의 겐지짤; 그래도 재탕안할 수 없다능;


<2인 도죠지>
도죠지는 키요히메가 사모한 승려 안친이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자 뱀으로 변해서 끝까지 뒤쫒다가 안친이 도성사(道成寺도죠지)의 종 아래 숨자 그 종을 태워버린다는 복수극. (이와는 반대로 뱀으로 변한 키요히메가 승려의 공양 덕분에 성불한다는 내용도 있다.) 가부키를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고 자주 공연되는 매우 유명한 작품이며, 그만큼 조금씩 다른 형식으로 올려지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2인 도죠지. 주인공 키요히메를 두 사람이서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층 더 화려하면서도 배우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고난이도의 무대. 종 위에 키요히메가 올라서는 라스트가 대표적인 장면이다.


왼쪽: 위-타마사부로 아래-키쿠노스케 / 오른쪽: 위-키쿠노스케 아래-타마사부로

요걸 반도 타마사부로와 오노에 키쿠노스케가 짝을 이뤄서 함께 공연했다 한다...ㅜㅜ
반도 타마사부로는 이전에도 자주 도죠지를 공연한 적이 있었고, 키쿠노스케는 3인 도죠지를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오노에 바이코, 아버지 키쿠고로, 아들 키쿠노스케 3代가 같이 공연했다는 후덜덜한;;; (종 위에 3명이 어찌 올라갔는지 궁금하구만-_-;)


좌로부터 키쿠노스케, 바이코, 키쿠고로. 그런데 어려서인지 키쿠노스케가 제일 낭창낭창한것 같다;


하여튼 가부키를 넘어 이제는 일본 무용계의 전설인 반도 타마사부로와 차세대 온나가타(女役배우)로서 가장 주목받는 키쿠노스케의 2인 도죠지. 이거 정말 너무 보고 싶다ㅜㅜ
그런데 요 홍보영상에서는 누가 누군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사진으론 알아볼 수 있는데 영상으로 보면 당최;





<해신별장>
이즈미 쿄카의 희곡은 여러편이 무대화되었는데 해신별장도 그 중 하나. 천수각 이야기를 가부키로 만들어 초연하는 등 이즈미 쿄카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반도 타마사부로가 발레의 요소를 넣은 무용극으로 연출하고 안무한 작품이다. 한 아가씨가 해신에게 바쳐지는데, 자기의 상상과는 달리 해신이 뛰어난 미남자인데다 화려한 금은보화를 몸에 걸치게 되자 그것을 자랑하고픈 허영심에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가 그들의 눈에 자신이 뱀의 몸을 가진 괴물로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바다 밑으로 돌아와서 해신과 함께 산다는 이야기. 하츠 아키코의 단편만화로도 본 이야기여서 아 이거, 하고 반가운 마음이 앞섰는데 그 카리스마 해신을 이치카와 신노스케가, 아가씨를 반도 타마사부로가 맡았다고 한다.^^


<우리의 혼은 빛나는 물처럼-겐페이키타고에류지> わが魂は輝く水なり-源平北越流誌
연출이 니나가와 유키오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데
주연이 노무라 만사이와 오노에 키쿠노스케ㅜㅜㅜㅜ


이건 뭐 포스터도 멋있어ㅠㅠ

겐페이 합전이 배경인데, 겐지에게 멸망당하는 타이라의 무장 사이토 사네모리를 노무라 만사이씨가, 아들 사이토 고로를 키쿠노스케가 맡았다. 사진만 봐도 멋진 무대다. 이거 불과 지난 5월에 했다고 한다.ㅠㅠ



두명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만사이상도 무장의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리신다.

예전에 타마사부로와 키쿠노스케에 대한 글을 적으면서 키쿠노스케가 온나가타로서 반도 타마사부로의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까지 쭈욱 지켜보니 둘은 가는 방향이 다르다. 타마사부로가 연출가 겸 무용가라면 키쿠노스케는 연기의 길을 걷는다. 가부키 외에 현대연극도 꾸준히 하는 것은 물론, 최근엔 영화 두편에 연달아 주연을 했고 니나가와 유키오와 의기투합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부키화 한 12夜를 무대에 올리는 등, 지향점을 분명히 연기에 두고 있달까.


<링>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괴담>.
5명의 여자를 전부 홀리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운명을 지닌 이 남자가 키쿠노스케.

하지만 여전히 온나가타 하면 둘을 생각하게 된다. 자주 함께 공연한 것도 그렇지만, 젊은 가부키 배우 중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온나가타라면 역시 키쿠노스케라서.





<패왕별희>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 장국영이 연기했던 주인공 데이는 무려 소년대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공리의 쥬산은 기무라 요시노가 맡았다. 요것은 지난 3~4월에 한 모양.






<뜻대로 하세요>
이것 역시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 (이 할아버님은 너무 내 취향에 맞는 연극 하시는 듯;)
니나가와가 올리는 셰익스피어 희극은 남자로만 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당시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에도 연극무대엔 남자들만 오를 수 있었다나. 때문에 셰익스피어 극의 묘미를 살린다는 점에서 전원남자를 고집하시는 듯. 그래서 오구리 슌과 나리미야 히로키 주연으로 2004년에 초연했고 작년에 재연을 했다. 정열대륙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대 위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는데 히로키.. 여장이 너무 잘 어울리더라.ㅠㅠ





<무사시>
내년에 할 예정이라는데 연출 니나가와...(이하생략)
무사시에 후지와라 타츠야, 사사키 코지로에 오구리 슌.
무슨 말을 더 하겠냐능....



결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여....ㅠㅠ



만화「내일의 왕님」으로 보는 배우들

by 아테 | 2008/07/15 19:33 | ●사람들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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