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19일
「천지인」15회 - 카게토라의 죽음

설마했는데 울어버렸다;
남편과 저 세상까지 함께 가겠다는 하나히메와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애틋했었다.ㅠㅠ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그 말이 가슴을 저미더라. 자기 때문에 자결을 하는 아내에게 저런 말을 하는 카게토라의 심정이 어떠겠냐고.

하나히메는 그래도 자기는 사모하던 이와 맺어져서 함께 할수 있었으니 행복했다면서 남편을 향해서 웃어주는데 카게토라는 그 얼굴마저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끅끅 안으로 흐느낀다. 이럴 때 여자보다 약해지는 남자의 모습이 어찌나 가련하던지.

하나히메 자결 후, 뒤늦게 달려온 카네츠구 일동에게 에치고의 앞날을 부탁하는 카게토라.

미리보기를 보고 염려했던 것처럼 다 오해였삼? 미안하삼, 내가 잘못했삼. 이런게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오해라고 하는 카네츠구의 말에도 "나에게는 끝까지 사람을 믿을 힘은 남아있지 않다." 고 도도하게 튕겨주시고, 그럼에도 에치고의 국주가 될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카게카츠라는 것을 인정한다.
"카게카츠님에게 전하라. 국주님의 뜻을 이어받아 훌륭한 우에스기의 주인이 되시기를... 빌겠다고."

빌겠노라는 마지막 한마디에서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카게토라.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그리 할 수밖에 없다, 그리 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카게토라는 그만 북받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카네츠구를 향해서 한 발을 더 떼어놓는다. 웃는 듯 우는 듯 알수 없는 표정이 된 카게토라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한다.
"슬픈 싸움이었지..."
적으로 싸웠지만 미워할 수 없던 상대였다.
카네츠구를 포함한 우에다무리들은 카게토라의 그 말에 눈물이 고인다. 카게토라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젖은 눈들을 향해 일일이 눈인사를 한다. 앞날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죽음을 앞두고, 한때 모든 이들이 선망하고 받들어마지 않았던 에치고의 아들로 돌아온 카게토라는 일동의 배웅을 받으며 양아버지 겐신공, 아내 하나히메, 아들 도우만마루가 있는 그곳을 향해 떠난다.


운무가 깔리고 저승화가 가득 피어 있는 이 길. 상당히 상징적인 무대다.
이번 회의 연출가가 다카하시 쿄이치로라는 사람인데, 대하드라마는 원래 두세 사람이 나누어서 연출하지만 아주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고른데, 천지인의 이 연출가는 그냥 봐도 아, 이 사람이구나 하고 알 정도로 개성적인 연출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연극무대같은 화면. 주로 인물의 심리 묘사나 결정적인 장면에서 배경을 시커멓게 만들어버리고 필요한 사물과 인물만 보이는 식으로 전환을 해버린다. 심지어 한가운데 사람에게 그 둥근 스포트라이트까지 쏜다는...;;
그런 감독의 개성이 이 장면에도 나왔는데, 앞서 얘기한 극단적인 연극무대 스타일은 아니지만 비현실적인 화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좀전까진 없었던 저승화가 피어있다는 것도 그렇고.
좀더 나아가자면, 하나히메와의 마지막 장면이나 카네츠구와의 대화 등 자결을 앞둔 카게토라의 씬이 다 야외의 '노(能) 무대' 에서 이뤄진다. 어째서 자결하는 장소로 흔히 등장하는 다다미방이나 정원이 아니라 노 무대일까.

신, 귀신, 망집, 이승을 떠난 혼들이 주인공인 노의 세계관에서 사각 무대는 저승. 이승에서 벗어난 그 어떤 곳이다. 사람 아닌 존재가 기원을 올리고, 원혼이 못다 푼 한을 풀어달라 하소연을 하고, 무사들이 수라도에 빠져 괴로워하는 그런 곳. 3회에서 노를 추면서 등장하던 카게토라의 화려하던 시절과 대비되면서 생의 마지막을 강하게 암시하는 장소가 된다.
우에다 무리들에게 마지막을 배웅받는 카게토라가 서 있는 노 무대의 주위에는 어느새 저승화가 피어있다. 카게토라는 그 곳을 가로질러 하나히메의 시신을 안고 뿌연 운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그곳은 이미 저승이다.
정좌하고 앉아서 칼을 들어올려 배에 콱 꽂아넣는.. 그 많이 본 모습이 아니라서 좋았다. 이 사람의 연출은 어떨땐 너무 튀어서 가끔 뭥미스러운 때가 없지 않은데 이번건 괜찮다. <토시이에와 마츠>의 노부나가의 마지막도 바로 이렇게 할복하는 모습을 안보여주고 토시이에의 환상 속에서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으로 끝냈었는데 이번 것도 노 무대와 저승화라는 상징물을 끌어와서 죽음을 애상적으로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왠지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스튜디오 삘나는건 좀 아쉽지만;
*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의 노 무대와는 좀 달라보이는데, 원래 야외의 가무극이었던 모습을 살린 거예요. 캡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디 소나무 아래에 무대를 설치했던 것이 신사 경내로 옮겨지면서 현재에는 실내에 설치되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인데 무대 정면에 소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고 주위에 몇그루 심어놓는 지금의 모습도 옛날 야외 무대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로써 오타테의 난은 막을 내리고, 에치고의 국주는 카게카츠로 정해진다.
자식이 없던 겐신이 양자를 두명 맞아들인 것이 에치고를 반 갈라놓은 내전의 씨앗이었다. 왜 겐신은 그리했을까... 겐신의 손위누이 센토인은 카게토라에게 항복을 권유하면서 그 이유를 밝힌다.

겐신공이 왜 카게토라를 양자로 삼았는가. 그것은 어릴때부터 인질로 떠돌아다니던 카게토라의 외로움에 자신을 겹쳐보신 것. 그래서 양자로 삼아 이름을 물려주고 조카딸과 결혼시키고 가족을 만들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카게토라의 지금과 같은 행동은 국주님의 마음을 저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카게토라에게는 하나히메가 있고 이 장모가 있고 아들 도우만마루가 있다. 겐신공이 주신 그 행복을 소중히 하라...

센토인의 이 말은 카게토라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가족도 다 있는 카게카츠는 왜 양자로 삼았을까. 그건 바로 그가 후계자 감이라는 것이다. 그 확신 하에 거짓유언을 실현시킨 센토인은 겐신의 숨겨진 의향을 담아서 카게토라에게 넌지시 암시를 던진거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센토인 자신도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카게토라는 후계자가 되기엔 한가지가 부족하다고.
그건 아마도,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정에 굶주려서 한번 믿기 시작하면 깊게 믿는 바람에 배신당할 때의 아픔은 그만큼 더욱 크게 마련이고, 그것을 견뎌낼만큼 단단하지도 않다. 그래서 종종 마음을 닫아버린다. 이렇게 두루두루 포용하지 못하고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을 달리는 인간관계가, 그가 에치고의 국주가 될 수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카게카츠는 이 점에서 카게토라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의 장래를 내다본 어머니 센토인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어릴 때부터 카네츠구를 비롯한 소성小星들과 운토우암에서 동문수학을 했고, 끝까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칠 가신들에게 둘러싸여있다.
다만 신의가 두텁고 진중하다는 점 외엔 그리 카게토라를 결정적으로 앞서는 장점이 보이지 않는데, 카게토라에 비해 카게카츠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지 않은 탓도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 탓에 묘사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고...(고민할때는 꼭 비사문당에 들어가서 명상 잠기기) 키타무라 카즈키씨도 카게카츠를 연기하면서 좀 답답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오타테의 난도 끝났으니 좀 더 캐릭터 묘사가 풍부해졌으면 한다.

그런데 카네츠구와 우에다무리들이 카게토라의 마지막을 카게카츠에게 이야기해주는 마지막 장면 말인데....
카게카츠가 눈물을 비치는 건 이해가 가고 카네츠구도 주인공이니까 그렇다 쳐. 근데 아니 왜 우에다무리들까지 다 울어? 그들과 카게토라의 접점이라봐야 아까 본 그 모습밖에 없잖아. 카게카츠와 카네츠구의 눈물을 단독으로 잡아주는 것까진 좋은데 오노... 그 우에다무리 6명의 우는 얼굴까지 한명씩 정중하게 다 따준다;;; 감정주입 좀 자제효. 좀 전에 카게토라의 마지막을 보고 나왔던 눈물이 도로 들어가려고 하더라.

저렇게 한명씩 돌아가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카게토라와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 자기 주군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 주군을 위해서라면 없어지는게 나을 사람. 이 정도였다구. 비록 죽음을 지켜봤다지만 저건 절대 감정이입 안되는 모습이다. 저들의 눈물이 카게토라때문만이 아니라 '슬픈 싸움'이었던 오타테의 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말랑해지는 저들의 모습에 거부감이 드는건 마찬가지.
작가가 이전엔 아기자기한 현대극을 쓰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천지인을 보면서 현대물, 홈드라마의 감성을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그게 양날의 칼이지 싶다.
p.s1) 이번 회 끝나고 언제나 그랬듯 천지인 기행이라고 내용과 관련된 사적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나왔다.

카게토라가 자결한 사메가오 성터에 공양비가 서 있다. '우에스기 사부로 카게토라 공양비'
후세인들에게 두고두고 비극의 무장으로 사랑받고 있는 증거를 호오.. 하면서 보고 있는데 으.. 으응? 저것은?

.....관동 제일의 미소년이라며?
미소년의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팔아먹은 저 얼굴.
20대의 신체비율 무시하다 못해 동자상을 보는 듯한 저 프로포션.
대체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로 궁금해지는 동상이다;

p.s2) 천지인 15회를 보고 새로 시작한 BOSS 1회를 봤는데 간만에 볼만한 드라마 건졌다!!!!

특히 포스터에서 안습으로 나온 다케노우치 유타카씨는 진짜, 그 자뻑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우시다. 포스터가 진짜 못나왔더라. 아직도 충분히 멋지심!!!!!! 그리고 타마야마씨는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중에서 제일 비주얼이 좋게 나온다.ㅠㅠ 다케칸과 타마테츠 투샷 대화씬에서는 진심 모니터에 얼굴 붙이고 하악거릴 뻔했다.ㅠㅠ

포스터 찍고 드라마 촬영 들어가면서 머리를 좀 자른 모양인데 어떻게 보면 아줌마 컷트(...) 스럽지만 저런 여성적인 머리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저런 머리 하고 경찰 신분증 사진을 찍다니. 캐릭터의 음울포스까지 더해서 정말 뿜었다구;

이제 슬슬 시작되는 2분기 드라마 - 우리집 남자, 갓핸드테루, 이케멘소바가게탐정 다 첫회 보고 대략 포기했는데(우리집 남자와 갓핸드테루는 손발이 너무 오그라들었고, 이케멘...은 보다보면 정신이 멍해진다)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난 것 같다. 부디 이대로만 잘 가주길.
남은 기대작은 사회파 작가 마츠모토 세이쵸 원작에 후지키 나오히토상 주연인 <야광의 계단>! 기무라 요시노와 나츠카와 유이씨도 나온다.
아베 히로시 주연인 <하얀 봄>도 평이 아주 괜찮던데 스토리가 취향이 아니라서.. 좀 두고 볼 예정.

암튼 천지인이랑 보스 보면서.. 저 잘생긴 얼굴이 왜 천지인에서는 묘하게 다르게 보일까.. 하고 분석(...)했는데,
뽕 과하게 들어간 부분가발도 있지만 최대 원인은 눈썹분장;

본인 눈썹은 정말 고르고 길게 잘 났는데 일본사극에선 분위기상 남자에게 저런 활눈썹이 용납이 안되는 모양;(본 적도 없고) 그래서 전형적인 사극눈썹대로 직선으로 칠해버리다보니까 그 곡선 다 메우면서 아래쪽으로 두꺼워졌다. 게다가 눈썹산마저 덮어버리고 좀 더 바깥쪽으로 눈썹산을 내서 와일드하게 마무리해줬더라구!!!숱이 듬성듬성하고 짧은 동양인의 전형적인 눈썹에는 저런 식의 분장이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타마야마씨는 그게 아니잖아; 사람 얼굴에 눈썹이 얼마나 중요한데! 좀 맞춤 분장을 해야지..........ㅠㅠㅠㅠㅠ
아무튼 카게토라도 이제 갔고, 곧바로 새 드라마에서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저 짤은 이제 금짤. 다시는 올릴 일이 없을거임.ㅠㅠ
# by | 2009/04/19 04:03 | ●드라마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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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시함!! 동감해요. 살짝 긴장풀고 무표정하게 바라보기만 해도 그게 막 흘러나오더라구요. 상대방이 어떻게 똑바로 쳐다보나 싶을 정도로..;(예전에 드라마에서 게이 역할 하고 이번 드라마에서 게이형사에게 아이컨택 당하는 것도 괜한게 아니죠;) 그 분위기가 사극 분장에 너무 가려져서 안타까웠어요. 그나마 화면 안에서 어떻게 조명 좀 받으면 원래 얼굴이 살짝 보이긴 하는데 저 프로필 사진은 그 입체적인 조각 얼굴마저 평평하게 만들어버렸잖아요; 그 사진 보는 내내 머리속을 맴돌았으나 끝까지 안쓰려고 했던 단어를 루크님께서 쓰셨군요. "후*"....... 으하하하.......OTL
혹시 10살때쯤 만든거 아닐까요?(설마 그렇다고 하더라도 명색이 최고 미소년 이래매...-_-; 그시대 미소년 기준은 저런건가...)
//저건 아무리 봐도... 카게토라에게 공양하러 온 사람이 동상은 슬그머니 외면하고 공양비 쪽으로 직진할 것만 같은 포스예요.
솔직히 겐신의 누이는 풍림화산때 봤을때도 충분히 무섭다고 생각했던 여자였습니다.
뒤로 물러나 앉아서 정략결혼도 하고 희생하는거 같이 보여도 어느면에선 무서울정도로 냉정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차라리 주연급 치곤 평면적이었던 유우공주가 인간스럽게보이던...작가 의도였을지 모르죠.
아, 이글루가 잘라먹은건 안부인사였어요;; 잘지내고 계시지요? 전 감기가 낫질 않아서 고생중이랍니다. 이와중에 23일부터 또 전시를...--; 소규모지만 역시 부담은 부담이네요. (주말내내 밤샘작업 하느라고 손목이 얼얼;;)이번꺼 끝나면 12월까지 전시의 '전'자도 보지않아도 됩니다!-_-b!
건강히 잘지내시고, 부디 즐거운 여름을 맞으시길!
// 또 전시라니, 대체 1년에 며칠이나 쉬시는건지요; 그래도 이번만 잘 넘기면 아주 긴 휴식을 맞이하시는군요! 작업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시겠어요^^ 어쩌면 이미 여행계획을 그려보고 계실지도? 날씨가 날씨이다보니 이제 겨우 4월인데도 여름 소리가 나오네요; 일교차가 너무 큰 탓인지 우리 어머니도 결국 감기몸살나셨어요. 린님도 약 잘 챙겨드시고 얼른 완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