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2일
알렉산더 파이널 컷- 추가된, 달라진 씬(스크롤 압박)

울 나라에 풀린 디렉터스컷 버젼에 40분가량 더 추가하고 재편집해서 작년에 내놓은게 파이널 컷(Alexander Revisited-The Final Cut)이랍니다. 작년에 그 소식 듣고 정신을 못차렸어요. 내가 본 디렉터스컷 버젼말고도 얘기가 더 있다는 게 정말 안달이 나더라구요. 그 40분 분량이 미치도록 궁금했어요.ㅠㅠ
그래서 그때부터 국내 발매를 죽어라 기다렸는데.....이 뭐 제작사 문제로 가망이 없다네요?=_=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목마른 자가 물을 파야지요.
가장 크게 달라진건 역시 편집입니다. 디렉터스 컷은 알렉산더의 어린시절부터 죽을때까지를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딱 한번 과거로 플래시백 되는 구성인데 비해서, 파이널 컷은 가우가멜라 전투를 시작으로 알렉산더의 원정이 처음부터 펼쳐지고, 중간중간 과거로 플래시백 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말하자면 원정길에서 알렉산더가 커다란 사건이나 변화를 겪을 때마다 그 일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과거의 일이 나오는 식입니다. 디렉터스 컷의 유일한 플래시백 씬- 알렉산더가 클레이투스를 죽인 후, 아버지 필립왕이 암살되었던 과거로 돌아가는-이 만들어냈던 효과를 파이널 컷에서는 전체적으로 사용한 셈이지요.
그 결과, 느낌이 상당히 많이 달라졌는데요, 디렉터스 컷은 전기영화의 형식을 빌려서 알렉산더의 내면을 표현했다면 파이널 컷은 그 외피를 부숴버리고 훨씬 직접적으로 알렉산더를 보여줍니다. 전자의 경우는 영화 초반에 나왔던 어머니와의 관계, 동굴의 신화씬을 관객이 알아서 떠올리면서 알렉산더의 현재의 모습과 내면을 이해해야 한다면, 후자는 알아서 그때그때 과거로 돌아가줌으로써 알렉산더의 컴플렉스와 신화의 대한 집착을 바로 드러냅니다. 계란껍질을 까버렸다고나 할까요^^; 직렬을 병렬 구성으로 바꾼 이 편집 덕에 극장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지루함이 상당부분 가시고 몰입력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3시간 40분짜리 파이널컷이 3시간짜리 디렉터스컷과 체감 러닝타임이 비슷하다고요. (난 디렉터스컷도 전혀 안지루했다고!)
추가된 40분 분량으로는 새로 추가된 씬도 있지만 주로 기존의 씬이 더 길어지고 자세해졌습니다. 그리고 얼핏 보기엔 같은 장면인데 미묘하게 편집을 다르게 해서 한참동안 디렉터스컷과 파이널컷을 번갈아 플레이시켜가며 비교하기도 했어요; 이런데서도 감독의 정성이 느껴지더군요.
추가된 씬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요,
물론 많아서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습니다; 모르고 지나친 부분도 많을 거고, 특히 제가 원래 알렉산더와 헤파이션과의 씬을 집중해서 봐서(;) 파이널 컷을 볼때도 뚜렷하게 차이점을 느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많이 나올지도 모르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 올린 알렉산더와 헤파이션을 먼저 보시는 것이 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1. 전투에서 이긴 후 바빌론에 입성하는 장면에서 상당히 많은 씬이 추가되었습니다.
왜 그러는지 몰라도 이두박근을 뽐내는 조각상을 흐뭇하게 쓰다듬는 카산더입니다. 바빌론의 부와 화려함을 어디다 쓰느냐에 대해 알렉산더와 의견을 달리하는 장면입니다.

잠시 후 바고아스의 등장. 제가 예전에 캡쳐하면서 아무래도 바고아스와의 씬이 잘린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 말대로더라구요^^; 디렉터스컷은 멀찍이서 눈빛만 교환했지만 여기선 알렉산더가 바고아스의 눈빛에 이끌려서 그쪽으로 갑니다. 어떤 내시가 그걸 눈치채고 주위 사람들에게 훠이훠이 손짓하며 둘만의 자리를 만들어주는데, 이분 왕 부담스러웠습니다. 화장은 둘째치고 바고아스의 옷섶을 풀어헤치면서 몸을 보여주는데다(자세한 묘사 생략-_-) 이름이며 나이 등등을 소개시켜주고, 너무 포주같았어요.ㅠㅠ 어떻게든 새로운 지배자의 마음에 들려는 집념으로 이글대셨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바고아스가 갑자기 입을 열어 자신의 출신을 말합니다. 수사에서 왔다고요.
알렉산더는 놀라지요. "넌 우리말을 하는구나. 좋아. 나도 너희들의 말을 배우고 싶다."
"그리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이 로드." 다소곳하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바고아스가 마음에 든 알렉산더는 가족이 있다면 돌려보내주겠다고 호의를 보이는데, 바고아스가 쐐기를 박습니다. "친인척이 다 죽은지 오래입니다." 둘의 썸씽은 이렇게 이뤄집니다. 으응?


둘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헤파이션.
앵글까지 저렇게 기울여놔서 헤파이션의 편하지만은 않은 감정이 드러나요. 디렉터스컷에서는 헤파이션이 바고아스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았는데 역시 첫 만남에서는 약간 경계를 하네요.^^;;
이후론 스타테이라 공주가 등장해서 헤파이션을 알렉산더로 오해하는 디렉터스컷 장면이 이어지죠.
그런데 이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쁨에 찬 부하장수들이 알렉산더 위로 막 덮쳐서 막 뒹굴며 장난치고 좋아하거든요. 서열이나 위계질서를 신경쓰지 않는 친밀한 모습이죠. 이게 페르시아 인들에겐 이해가 안되는 겁니다.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타테이라 공주가 계단을 내려오자 알렉산더가 당황해서 일어나긴 하는데요, 공주는 그렇게 막 뒹굴던 사람이 알렉산더일거라 생각을 못하고 혼자 서 있던 헤파이션에게 인사를 한겁니다. 아아 이렇게 딱딱 맞게 이어지다니요.ㅜㅜ

옆에 클레이투스가 있네요. 한때 저렇게 알렉산더를 예뻐했는데....ㅠㅠㅠㅠ
2. 바빌론의 밤. 발코니에서의 둘의 대화.
어머니 올림피아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난 뒤 알렉산더는 헤파이션에게 오늘밤 너와 단둘이서 있고 싶다고 말하지요. 바고아스까지 물리치며 그렇게 그윽하게 분위기를 잡았으면서, 디렉터스 컷에서는 발코니로 나오자마자 "다리우스의 추격에 말들이 많아요." 하고 바로 사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 통에 으응? 하는 감이 없지 않았는데요. 역시 그 앞에 대화가 더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편지가 알렉산더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어놔서 알렉산더는 제우스의 아들이라 불리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죠. 그리고 헤파이션에게 묻습니다.
"우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헤파이션은 알렉산더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대답합니다.
"만약 제가 페트로클루스라면 먼저 죽겠죠. 그 다음은 아킬레스인 폐하시고요."

간단명료한 대답에 알렉산더는 가볍게 웃습니다.
디렉터스 컷에서도 자기들을 아킬레스와 페트로클루스에 비유하며 서로 언약하는 장면이 두번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걸로도 모잘랐나봅니다 하하; 바고아스도 그렇고 이렇게 새로 추가된 장면들은 아무래도 알렉산더의 동성애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어요.
그 밖에도,
"세상의 끝에 도달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돌아와서 그 반대쪽을 정복할거야."(ㅎㄷㄷㄷ..)
잠시 침묵하던 헤파이션은 알렉산더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페하는 모친에게서 도망쳐 온 겁니다."
디렉터스컷에서는 알렉산더, 하고 부른다음에 바로 저 모친이 원인이라는 대사를 하는 걸로 나왔는데, 실은 그 앞에 저 문답이 더 있었던 거죠. 이처럼 대사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가 하면 오히려 빠진 대사도 있었는데요.

알렉산더가 헤파이션에게 "너밖에 없어. 아무도 없어." 하고 절실하게 고백하자 헤파이션은 뭔가 수줍은 듯, "그 버릇 여전하군요. 고개 삐딱한거..." 라고 살짝 말을 돌리잖아요. 말 돌리던 그게 빠지고, 바로 포옹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때문에 헤파이션이 포옹하기 직전에 했던 그 심금 울리던 대사가 빠졌어요.ㅠㅠ
"..그 고결한 모습 속에 감춰진 야망.
온 세상을 품는 눈빛..
폐하 앞에 서면 전 늘 작아져요.
저도 폐하뿐입니다."
이게 없어졌어요ㅜㅜ 아니 감독님은 저 대사를 하던 자레드 레토의 눈빛이 대단하다고 코멘터리에서 막 칭찬까지 하셨으면서 왜 편집해버리셨대요 엉엉. 하긴 뭐 '온 세상을 품는 눈빛..'이 알렉산더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헤파이션 자신의 눈빛같았더랬지-_-;; 그래도 역시 아쉬워요.

3. 록산느와의 결혼.
편집이 크게 이뤄진 부분인데, 디렉터스 컷에서는 연회에서 록산느가 춤을 추고->결혼 반대하는 부하들과의 논쟁->록산느와 결혼->첫날밤. 이 순서인데 파이널 컷에서는 처음부터 결혼식이 나오고->부하들과의 논쟁->연회->첫날밤.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전자는 춤을 추는 록산느를 보고 반해서 부하들의 반대를 뚫고 결혼, 이런 느낌인데 후자는 타 문명과의 통합을 위해 일단 결혼하고, 그날 밤에 벌어진 연회에서 록산느의 춤을 보고 흥미를 느끼고 같이 침소에 드는.. 이런 뉘앙스로 바뀌었어요.
연회 장면에서도 세세한 씬이 많이 추가되었고, 부족의 족장- 그러니까 록산느의 아버지 되는 사람과의 대화씬이 좀 있습니다. 카리스마가 굉장히 남다르셨어요. 록산느는 자네의 아내로 적합할 걸세. 그러나 록산느가 당신을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지. 이런 얘기도 하시고.
그 연회 중간에 헤파이션과 클레이투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서 클레이투스가 헤파이션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잖아요. 디렉터스컷에서는 몽타쥬처럼 드문드문, 연회 풍경의 하나처럼 처리했는데, 여기서는 좀 구체적이에요.

이 결혼을 마음에 들어할리가 없는 클레이투스가 알렉산더의 뒤에서 뭐라고 빈정거리며 지나가니까, 헤파이션이 "너무 많이 마셨어." 하고 제지를 하죠. 그러자 클레이투스는 니 왕에게나 가보라는 식으로 둘 사이를 비아냥거리고, 잠시 후에 슬슬 헤파이션의 뒤로 다가가서 퍽 하고 부딪치며 시비를 겁니다=_= 그래서 서로 밀치고 하다가 싸움이 일어나고, 알렉산더도 그쪽을 계속 쳐다보며 신경쓰는 등 디렉터스컷보다 훨씬 강조되었어요.
실제로도 알렉산더와 너무 절친한 사이때문에 헤파이션이 동료들에게 꽤 미움을 받았다고 하죠.



4. 록산느와의 첫날 밤.
자기 신방에서 알렉산더와 헤파이션의 밀회를 목격한 록산느의 충격이 더 배가 되었습니다. 뭔 얘기냐 하면요, 헤파이션이 황급히 나간 후 록산느가 "그를 사랑하세요?" 하고 추궁을 하는데 뒤에서 또 인기척이.

이번엔 바고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알렉산더는 "Thank you, Bagoas" 요렇게 뻘쭘한 대사나 날리고 앉았고, 록산느의 눈빛은 더욱 험해지고, 바고아스는 새침하게 눈을 내리깔며 휭하니 가버립니다.

록산느는 이를 드러내며 "당신의 시동?" 하고 물어오죠.
도저히 신부의 초야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알렉산더는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죠.
"사랑은 여러가지요, 록산느."
록산느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때만은 정말 록산느가 불쌍해지더군요. 게다가 일 치른 다음엔 자기가 자고 있는 줄 알고 침소를 나가며 중얼거리잖아요. "내가 당신을 취한건 어머니를 보았기 때문이야." 불쌍한 록산느. 하룻밤 사이에 헤파이션, 바고아스, 올림피아 3연타..=_=
5. 소그디니아에서의 알렉산더 암살시도 사건.
암살시도가 발각되자 시동 한명이 자살하는 장면이 새로이 추가되었고, 클레이투스가 암살의 배후로 지목된 파르메니오를 암살하는 동안 알렉산더는 쓸쓸하게 바고아스와 동침하지요. 디렉터스 컷에서는 바고아스를 침대로 불러들이자마자 암전되지만 여기서는 좀 더 이어져서 딮키스와 가벼운 베드씬이 나옵니다. 그리고 화면도 살짝 더 밝게 처리되어서 뒷모습이긴 하지만 성기 노출도 있고요.
6. 인도.
알렉산더가 나무 아래에서 평화롭게 인도의 현자들과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사는 없고 그냥 설명 화면으로 지나간게 다지만 워낙 고된 원정길을 봐서인지 이렇게 휴식하는 장면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헤파이션과 톨레미 단 둘만 대동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7. 인도 어느 점령국에서의 연회.
알렉산더가 클레이투스를 죽인 그 연회입니다. 바고아스의 요염한 춤이 더욱 자세히 나왔고요^^

클레이투스와의 말싸움이 더 길어졌어요. 클레이투스가 말리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건물 안으로 떠밀려들어갔지만 다시 벌컥 열고 나와서 신랄하게 독설을 퍼붓다가 알렉산더의 창에 찔려 죽습니다.

전 클레이투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알렉산더에게는 삼촌같은 존재였달까요. 친구의 아들인 알렉산더를 조카보는 것마냥 귀여워 못견디겠다는 듯 애지중지 대해주는 모습도 그랬구요. 그런데 이렇게 죽다니..ㅠㅠ
이 씬에서 클레이투스는 최고였어요.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것들을 마구 쏟아놓고 신랄하게 빈정거리면서 알렉산더를 폭발시켜요. 알렉산더의 광기도 압도적이었지만 클레이투스도 그 광기를 멋지게 부채질하더군요.
9. 원정의 끝.
인도 오지의 코끼리 부대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알렉산더는 원정의 끝을 선언하고 제우스 신상에 제사를 지냅니다.(새로운 씬) 디렉터스 컷에서는 이후 바빌론으로 돌아오자마자 헤파이션의 죽음으로 연결되지만 여기선 바빌론에서 새로운 원정의 준비로 분주한 알렉산더의 모습이 나와요.

카산더와 선단을 건조할 물자 조달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톨레미와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 대한 얘기들을 하면서 헤파이션의 방으로 건너가는 식입니다. 아직도 알렉산더는 자신의 창창하고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지요.

저 가느다란 몸피와 허벅지...카산더, 자네는 아무리 봐도 장수라기보단 시동으로 가야 했어;;
이건 분명 자기 아버지에게 귓속말 하는 장면인데도 시동필..

10. 헤파이션의 죽음.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자잘한 컷이 더 붙었고요.(그냥 보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
헤파이션이 알렉산더의 손을 꼭 쥐면서 하던 이 대사,
"나의 알렉산더... 흠모하시던 아킬레스보다 더 큰 영웅이 되었어..."
디렉터스 컷에서는 헤파이션이 이 말을 할때 눈물을 글썽이는 알렉산더의 얼굴만 계속 비춰줬거든요. 이게 아쉬웠는데 파이널 컷에서는 알렉산더 대신 헤파이션의 얼굴이 나오더라구요!ㅜㅜ 어떤 표정로 저런 말을 했을지 너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 몰랐어요. 감독님 만세!!!

슬픈듯 기쁜듯 만감이 교차하는 미소를 가만히 띄면서 알렉산더를 바라보는...
아아.. 정말 눈에다 보석을 박았어요.ㅠㅠ

자신이 아킬레스임을 상기시키는 헤파이션의 저 말에 알렉산더는 불현듯 헤파이션이 페트로클루스임을 떠올립니다. 아킬레스보다 먼저 간 사람. 그래서 알렉산더는 한사코 부정을 하는데요,
디렉터스컷에서는 "넌 페트로클루스고? 그럼 죽는거잖아! 그건 유치한 신화일 뿐이야!" 라고 말하지만, 파이널 컷에서는 새로 추가된 씬 2번에서 헤파이션의 "내가 페트로클루스라면 먼저 죽겠죠."이 말이 이미 나온 바 있기 때문에 굳이 저렇게 반복되는 설명적인 대사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그럼 죽는거잖아) ...그건 유치한 신화일 뿐이야!" 로 바로 넘어갑니다.
이런 미묘한 편집, 대사의 차이때문에 자꾸 헷갈려서 두 버젼을 계속 번갈아 플레이시켜가면서 비교했다니까요;
11. 알렉산더의 죽음.
헤파이션이 죽은 후 알렉산더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술을 퍼마시다가 결국 쓰러집니다.

노병들이 알렉산더의 병상으로 줄줄이 찾아와서 문안드리는, 그 일화가 나왔고요, 병이 더욱 심해지기 전에 바고아스와의 단독씬이 있었어요. 이걸 보니까 바고아스가 제일 많이 잘렸더라고요. 이렇게 많이 찍었는데 디렉터스컷에선 눈빛 한두번 날리고 춤만 추고 대사 한마디 없었다니.OTL 내가 바고아스라면 영화 보고 울었을거야.
그래도 이렇게나마 씬을 살려서 다행이에요.
선단이 출범하는 봄이 되기 전에 일어나서 아라비아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진 나머지 진정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알렉산더를 부축해가며 헌신적으로 돌봐주는 바고아스. 알렉산더도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바고아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넌 나에게 모든 것을 주었지, 바고아스.."
"그리고 폐하께서는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주셨습니다."
"...행복? 뭐가 행복하다고?"
죽음을 앞둔 사람의 자조하는 그런 말들이 횡설수설 이어지자 바고아스는 알렉산더의 손을 꽉 잡고 말합니다.
"아직도.. 폐하께서는 저를 정말로 행복하게 하십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힘없이 말할 뿐입니다.
"이제 끝났어, 바고아스. 다 끝났어..."

이후로 알렉산더가 죽는 씬이 이어집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어머니 올림피아가 하늘에서 뱀을 물고 날아가던 독수리가 도리어 뱀에게 물려서 같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알렉산더가 죽었음을 알고 통곡합니다.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이자 알렉산더를 수호하는 동물. 그래서 영화내내 자주 나옵니다.)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네?-_-; 정도였던 디렉터스 컷에 비해 파이널 컷에서는 독수리를 클로즈업함으로써 올림피아가 뭘 보았는지 알려주지요.
12. 과거. 마케도니아에서의 일.
과거로 자주 플래시백 되는데요, 세보니까 5번이네요.
물론 과거에서도 추가된 씬이 있습니다. 동굴에서 아버지 필립왕과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뒤에 좀 더 길어지고 프로메테우스가 속한 거인족 타이탄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왕자 알렉산더에게 어서 왕이 되지 않으면 유리디케의 자식에게 밀린다며 종용하는 올림피아와의 갈등이 더욱 격렬하게 나오기도 했어요. 엄마 잔소리가 얼마나 듣기 싫으면 무려 이런 짓도;
울 나라였으면 비오는 날 먼지나게 맞았을거다 얘야.

그리고 유리디케와의 약혼을 축하하는 연회자리에서 필립왕이 포샤냐스를 강간하는 장면이 더 분명히 보였어요; 포샤냐스는 나중에 필립왕을 암살하는 병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필립왕이 암살당하기 직전에 원형극장에서 포샤냐스를 본 알렉산더가 그때 강간당하던 청년아닌가, 하고 회상하는 장면이 더 추가되었어요.
13. 잡솔
이 필립왕의 암살장면 말인데요. 이 장면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이 영화는 배후에 왕후 올림피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잖아요.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헤파이션과 톨레미까지 연루되어 있지는 않았나 하고요.
필립왕이 원형극장 입구 통로로 들어서려 할때 알렉산더가 그 통로 너머로 올림피아와 포샤냐스를 보고는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못 들어가게 막거든요.
그때 올림피아 뒤에 앉아있던 헤파이션이 "What?" 하면서 옆의 톨레미와 수군대는거예요.
(통로 너머로 보이는 작은 모습이지만 입모양으로 알아봤어요.)

하지만 결국 필립은 알렉산더를 떼어놓고 극장 안으로 들어섰고, 포옹하는 척 하던 포샤냐스의 칼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왕으로 추대되죠. 그를 맨 처음으로 추대한 사람이 바로 헤파이션이었어요. 너무나 갑자기 닥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알렉산더에게로 달려가서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는 "새 군주시다! 필립왕의 적자 알렉산더!!" 하고 선언합니다. 혼란에 빠진 좌중은 삽시간에 새 왕을 맞이하는 환호에 휩싸이지요.


헤파이션은 필립왕의 머리에서 관을 벗겨서 알렉산더에게 씌웁니다.
"이제 당신이 왕입니다!"

금관을 쓴 알렉산더의 왼쪽에는 헤파이션이, 오른쪽에는 톨레미가 서서 왕의 팔을 치켜들고 있습니다.
처음 봤을때는 너무 빨리 지나가서 누가 누군지도 잘 안보이고 그랬는데 거듭 보고 자세히 보니까 헤파이션이 이 상황를 주도하고, 톨레미가 거들고 있었어요.
왜 헤파이션과 톨레미의 자리가 하필 왕후 올림피아의 바로 뒷자리였을까요. 톨레미와 수군대는 모습도 그렇고요.

아마 둘은 올림피아와 미리 얘기가 되어있었던게 아닐지요. 필립왕을 암살하고 자기들이 알렉산더를 왕으로 세우기로. 그런데 필립왕이 얼른 들어오질 않으니까 의아해한 거겠지요.
헤파이션, 의외로 무섭지 않습니까^^;
그저 수동적으로 알렉산더의 인생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충신으로서 그를 왕으로 세우는데에 한몫했고 끝까지 절대적인 동조로 그에게 힘이 되려고 했어요. 의상이나 화장같은 겉모습에서도 알 수 있는데, 마케도니아로부터 함께 떠나온 부하장수들은 끝까지 그리스 복식을 고수합니다. 동방풍으로 하고 다니며 친화정책을 펼치는 알렉산더에게 동의하지 않는 의사표시인 셈이죠. 그러나 부하들 중 단 두명이 알렉산더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헤파이션과 톨레미.
가우가멜라 전투가 끝나고 바빌론에서 머무르게 되면서부터 알렉산더는 동방풍 의상을 입고 눈가에도 아이라인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헤파이션도 딱 그 시점에서 복식과 화장, 머리스타일이 바뀝니다. 그러나 다른 부하들은 원정을 떠나온지 몇년이 되어도, 심지어 원정을 끝내고 돌아올때까지도 그리스 복식이었어요. 창에 찔려 죽은 클레이투스도 검은 토가를 두른 차림이었구요. 이렇게 의상에서도 부하들의 입장과 갈등이 드러나있었습니다.
왕이랑 연인관계인 것도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데 대놓고 같이
마지막으로 헤파이션의 소소한 컷들.
일명 '지켜보고 있다' 컷입니다. 원래 많았는데 파이널 컷에서는 아주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어요; 걱정스럽게 알렉산더를 바라보고, 주위 상황들을 주시하고... 이런 헤파이션의 시선은 별 다른 대사 없어도 절대적으로 알렉산더의 편이자 친구이고 연인인 그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알렉산더가 아직 왕자였을때. 화장도 안하고 얼굴에 상처 하나도 없는 이런 모습 아주 순둥이 같아요.ㅠㅠ
알렉산더가 좋아서 못견디겠는 저 강아지같은 시선.

알렉산더가 바고아스에게로 가자 어어?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록산느와의 결혼식에서의 착잡한 표정.
연회자리에서도 그윽히~

알렉산더, 정신차려!
이렇게 쭉 보니 역시 헤파이션의 변화가 보이지 않아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그리스 식으로 머리를 말아올렸던 것이 점점 화장 진해지고 머리 풀어내리고 얼굴엔 흉터가 늘어나고...

죽기 전에도 알렉산더를 물끄러미...
새로 추가된 아주 짧은 컷이었어요.
파이널 컷을 보면서 다시금 확인한 것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헤파이션은 거의 모든 씬이 다 들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씬이 추가됬다기보단 기존의 씬이 조금씩 늘어나고 변경되고 하는 정도였고요.
가장 안습은 역시 바고아스. 보면서 배우에 대한 안쓰러움까지 일어날 정도였어요. 파이널 컷 보기전까진 이렇게 많이 잘려나갔을 줄은 몰랐다구요. 아무래도 동성애는 민감한 문제니까, 그리스에서 진정한 사랑으로 여기는 정신적 결합 관계로 묘사된 헤파이션은 알렉산더에게 끼친 영향으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꼭 들어가야 했지만 바고아스와의 관계는 수위도 그렇고 해서 개봉 전 편집 과정에서 많이 잘렸을거예요. 그런데 영화가 막 내린 후에도 DVD와 블루레이가 잘 나가는 등 판매실적이 꽤 좋았대요. 이쯤에서 감독님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차롑니다. 어차피 이제는 다들 아는데 더이상 몸 사릴 필요도 없겠다, 내맘대로 다시 편집할거야. 바고아스도 다 넣어버려!
이렇게 파이널 컷에서 다시 부활한 바고아스에게 축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ㅜㅜ
어익후, 본래 의도는 파이널컷 비교인데 결론은 헤파이션과 바고아스군요;; 죄송합니다.
p.s1) 디렉터스컷의 약간 황사 낀 색감이 파이널 컷에서는 많이 빠졌어요. 좀 화사해졌다고나 할까...
새로 편집하면서 색감도 좀 조절한 것 같습니다.
알렉산더를 처음 봤을땐 그 중후한 톤에 반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새로운 색감도 괜찮네요.
위가 디렉터스 컷. 아래가 파이널 컷.

p.s2) 오랫만에 알렉산더를 다시 보니까 묘한 기분이...
이건 알렉산더와 헨리 8세?

# by | 2008/12/12 03:15 | ●영화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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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아버님 지못미..ㅜ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알렉산더 위인전을 기대하고 애들을 데려오셨나봐요;(사전 정보라도 좀 알아보시지! 록산느와의 씬도 만만치 않은데..) 저도 얼마전에 어머니가 보자고 하셔서 같이 봤는데 이래저래 신경쓰이더라구요. 역시 영화는 혼자서 보는게 가장 좋아요^^;
다들 참 연기를 잘하지 않나요! 전 원래 배우의 연기를 상당히 의식하면서 보는 편인데 유독 이 영화는 다들 극중의 인물로 보이더라구요. 콜린 파렐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자레드 레토는 눈빛으로 연기를 해요. 둘다 실제론 전혀 무난한 성격이 아니던데 콜린 파렐이 자레드 레토를 적극 추천했다는 얘기를 듣고 끼리끼리 알아봤구나 싶더라구요^^; 발킬머의 필립왕과 안젤리나 졸리의 올림피아는 그야말로 맞춤 캐스팅이구요.(이미지캐스팅 수준;) 조나단의 카산더는 굉장히 요부같달까; 마녀같기도 하고 막 위험한 분위기가 흘러요. 나중에 올림피아와 알렉산더의 아들을 다 죽여서 씨를 말린 것도 이 사람인걸 생각하면 어울리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말씀대로 인물들이 다들 위험한 매력이 있고 제각각 속내를 품고 있어서 그게 부딪치는 공기가 좋아요.
// 마왕 보시는군요! 저도 틈나는대로 보고 있는데 요즘 다시 바빠져서 못보고 있네요.ㅜㅜ 이제 겨우 4편까지 봤지만 흡입력있더라구요. 개인적으론 4편 끝에 사채대식이... 그렇게 된게 충격이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ㅜㅜㅜㅜ
이건 완전히 내용이 다른 영화잖아요! (저래놓고도 늬들이 살아남길 바라느냐...으르렁.)
덕분에 저도 지름신이 오시려고 준비중입니다. 경제도 안좋은데...-_-;
추운날씨에 잘지내시길.
저 추운날씨에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한답니다. 계절학기때문에...OTL 홀가분한 졸업의 기분을 느끼기가 이리도 어렵군요; rin님도 감기 걸리지 말고 조심하세요!
어느새 사나운 역할을 많이 하시고..ㅠㅜ 헉 그러고보니 오늘 박광정 아저씨도 돌아가셨어요.ㅜㅡ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보면서 박광정 아저씨랑 권해요 아저씨 때문에 즐거웠었는데..올한해는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서..ㅜㅡ 앗 그리고 이미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주 쇼지키신도이 보셨나요? 킨키에 쯔요시가 진행하는..이치카와 에비조가 연극 홍보할 겸 나오신 것 같은데(자막이 없어서 눈치로).프라이베이트적인 면도 많이 노출되고 해서 좋았어요. 거기다 쯔요시는 여리여리한데 이치키와 씨는 남자답고 부리부리 하잖아요. 긴자를 쏘다니면서 이치카아씨가 잘 노는데 쯔요시 데리고 다니는데 둘의 외모가 참 대비가 되면서 눈이 즐겁기도 하고 왠지 저의 썩은 눈에는 에비조씨가 쯔요시 에스코트 하는거처럼 느껴지더라는! 어쨌든 올만에 에비조씨 봤는데 에너지가 넘치더군요.
그런데 마왕에 박광정씨 나오셨다는거 알고 놀랐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본게 작년의 하얀거탑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돌아가실 분이라는걸 전혀 상상도 할 수가 없었죠. 마왕에선 몇회부터 나오시는지 모르겠지만... 모습을 보면 착잡할 것 같네요.
//네, 저도 그거 봤어요!! 오랫만에 쇼프로에서 봤는데 그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더군요.. 온몸으로 '남자다움'을 주장하고 있는 그 분위기! 만약 실제로 만난다면 기에 압도당할 것 같아요. 그 옆에 있는 쯔요시는 왜 그리도 작고 귀엽던지 둘이서 비닐 우산 하나만 쓰고 다녀도 좋을 뻔했어요. 우산을 씌워주는건 물론 에비조씨!^^ (그나저나 에비조씨가 부채를 휘휘 돌려대는건 봐도 모르겠더군요;; 따라하는 쯔요시가 용할 정도로;)
// 우와, 내년에도 두분이 뭉쳐서 하시는군요! 이번엔 꼭 본방으로 챙겨봐야겠어요. 엄태웅씨도 또 나오시려나? 조재완씨는 선주작가의 작품에도 꼭 나오시는데 배역 이름에 꼭 '장'자가 들어가요. 장평, 장이, 장원... 선주작가가 아끼는 것 같아요^^
// 쯔요시는 천생 연예인인 것 같아요. 쇼프로 진행도 잘하고(몇년째인지..ㅎㄷㄷ) 연기도 하고, 가수도 하고... 완전 다방면으로 못하는게 없는;; 사실 연이 안닿아서 꾸준히 챙겨본 작품은 없지만 대학후배가 쯔요시(킨키키즈) 팬이라서 옆에서 조금씩 줏어듣고보고 그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