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만년필

<분기점의 그녀>에서 여주인공이 자신의 결심과 계획을 만년필로 정성들여 노트에 적는 모습이 매회마다 나오는걸  보면서 새삼 만년필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엄마에게 부탁해서 예전에 선물받으신 만년필을 꺼냈다. 

내가 초딩 때였으니까 10년도 더 된 물건인데 만년필치곤 굉장히 여성스럽고 작아서(길이 12cm) 기억에 계속 남아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원래 만년필을 안쓰셔서 잉크 한번 닿아보지도 못한 완벽한 새거였고. 그래서 이걸 계속 썩히느니 이제부터 내가 쓰겠다 했다. 어머니는 갑자기 왜 그러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셨지만..^^;; 내가 좀 아날로그 취향이잖아. 딸깍딸깍 심이 나오는 샤프나 일정한 굵기와 색으로 술술 나오는 볼펜과는 달리 잉크도 일일이 넣어주고 글씨에도 잉크의 농담이 표현되는 만년필의 고풍스러움이 새삼 와닿았달지..^^ 
저 순백의 바디에 잉크가 묻지 않도록 신경쓰며 잉크를 주입하고 나서(무려 스포이드형이다!! 요즘은 나오지도 않는...;;;;) 슥슥 써보았더니 볼펜으로 쓰던 버릇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잉크가 왕창 나와버렸다; 게다가 글씨가 펜촉의 방향이나 기울기에도 영향을 받는 바람에 굵기 변화가 상당히 다이나믹해졌다;

그러나 좀 익숙해지자 볼펜에선 느낄 수 없는 만년필의 부드러움이 굉장히 좋은거다. 눌러 쓸 필요없이 종이에 살짝만 갖다대도 술술 써진다.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러운 필기감이라는게 이런거였구나;ㅁ; 힘을 줄 필요가 없으니 오래 써도 손이 안 아프다.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만년필만 고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닙(촉)에는 한자로 細字라고 쓰여져 있다. 일제만년필인 듯.
그래서 알파벳에 특화된 서양 만년필이랑은 달리 잉크가 뭉치지 않고 선이 가늘어서 섬세한 필기가 가능하다.
이쯤에서 비교. 푸른 글자가 만년필, 검은 글자가 하이테크 0.3
만년필이 살짝 더 두껍긴 하지만 저게 확대샷인걸 감안하면 놀랍지 않은가!! 처음으로 제대로 써본 만년필이 이렇게 가는 촉임에 새삼 감사한다. 만약 일반 F촉이었다면 가는 글씨를 좋아하는 나로선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한채 만년필은 다 두꺼운줄로만 생각하고 다시 넣어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이거때문에 지름신이 한분 더 내려올려고 한다.
만년필이 지르고 싶어졌다!!!! 베스트펜 사이트를 며칠째 들락날락거리는지 모르겠다 우왕 ㅠㅠㅠㅠㅠㅠ
아, 그전에 잉크를 좀 색색별로 갖춰놓아야 할 듯; 저기 다이어리 보면 알겠지만 내가 좀 알록달록하게 필기하는거 좋아해서;;;;지금 쓰고 있는 잉크는 펠리칸사의 블루블랙인데 브라운이랑 터키옥색도 사고 싶고 세일러사의 그레이색도 매우 관심이 간다. 그런데 저거 골고루 함께 쓰려면 만년필이 두자루는 더 있어야 할 듯;;;;



by 아테 | 2008/09/19 02:20 | ●일상의 얘기 | 트랙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ATEH.egloos.com/tb/462118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blogring.org at 2008/12/13 11:52

제목 : 베스트펜-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베스트펜-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more

Commented by chronos at 2008/09/19 12:55
아테님, 오랫만에 글남기네요.. 요즘들어 이쪽 취미가 뜸해지기도했고, 무엇보다 개강크리라서요..;;
제 취향이 샤프<연필<만년필 순 인지라 격하게 동감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 느낌이 너무 좋죠~!! 저희집에는 모셔놓기만 하고 잘 쓰지 않아서 지금은 거희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긴합니다만 그래도 볼때마다 기분이 좋기는 합니다.

/참, 펜하면 역시 깃털펜 아닌가요?? 저는 어릴적 이거 흉내낸다고 배드민턴셔틀콕을 망가뜨리기도 했는데요 어릴때는 단순해서 참 좋아요....^^
Commented by 아테 at 2008/09/20 16:22
chronos님/ 오랜만이에요! chronos님도 만년필을 쓰시는군요! 정말 저 필기감이 좋아서 학교에도 가지고 다니고 싶은데 도저히 만년필을 쓸 분위기가 아니라서 집에만 모셔놓고 있어요ㅜㅜ 그래도 하루에 한번씩은 꼭 만년필로 이것저것 끄적입니다. 전공이 전공인만큼 필기할 일이 많지 않은데 요즘은 필기할 일이 많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니까요 하하;;
//배드민턴 셔틀콕;; 글씨는 써지던가요? :D 역시 깃털펜이야말로 펜에 대한 로망의 시작이 아닐런지요^^ 어릴 적에 베르사이유의 장미같은 데서 깃털펜으로 쓰고 있는걸 보면 어찌나 우아해보이던지요... 그래서 뭣 모르고 부모님의 선물받은 만년필 여러자루를 죄다 아작냈답니다ㅠㅠ 깃털펜이랑 좀 비슷하니까 호기심에 가지고 놀았는데 사실 초딩이 만년필 다루는 법을 제대로 알겠습니까. 그래서 촉을 사정없이 망가뜨리고...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짓을!!! 이런 심정이지요ㅜㅜㅜㅜ 그럼에도 아무말 없이 모른척해주신 부모님이 고맙더라구요. (고로 저 하얀 만년필은 어린 제가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은거죠;)
Commented by rin at 2008/09/22 04:32
잘지내고 계시는지요? 전 추석여파로 몸살감기를 일주일쯤 앓다가 살아났답니다.
요즘은 뜬금없이 블로그 한다고 설치고있는데...이것도 쉬운일이 아니네요.;;
만년필이라...중학교때 선물받아서 엄청아끼면서 대학때까지 쓰다가 가방분실로 몽땅 잃어버린 파카 만년필이 생각나네요...덕분에 한동안 우울증비스므리...;;;
4월 한달 동안 Seal stamp 만든다고 여기저기 쑤시다가 깃털펜 에까지 마수를 뻗칠뻔 한지라...베스트 펜 사이트...절대 남의 일같지 않습니다. -_-; 단, 제 지름신은 스탬프 제작이 끝남과 동시에 떠나 주시더군요.;;;

동양의 붓도 만만치 않은 필기구 이지만, 매번 칼로 다듬어가면서 깃털펜을 썼던 서양사람들도 대단한것 같아요.

날씨가 이상한 환절기, 건강조심하시고, 부디 작업에도 행운있으시길!
Commented by 아테 at 2008/09/23 22:24
rin님/헉, 아프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으신지요? 전에 얘기하신 공모전은 무사히 치르셨나 모르겠네요. 명절이 참 여러 사람 잡는 것 같습니다ㅠㅠ
rin님도 만년필을 쓰셨다니! 의외로 만년필을 쓰시는 분이 많네요. 그런데 주위에서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면서도 만년필 쓰는 학생을 한명도 못 봤던..;;
그렇게 오래 쓴걸 잃어버리셨다니 크게 상심하실 만도 하네요.ㅜㅜ 길이 든다는 점 때문인지 다른 물건에 비해 유독 만년필은 '자신만의 것'이란 의미가 강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남에게 빌려주는게 아니라는 말도 있겠습니까.
씰스탬프라!+_+ 깃털펜과 아주 멋진 조합이군요! 예전에 씰 스탬프 셋트를 파는거 보고 눈이 번쩍 뜨였는데(깃털펜도 그렇고 로망을 자극하는 예스런 물건들이 속속 나와주더군요.) 어디 편지 보낼 데도 없어서 사봤자 먼지만 앉을것 같아서 그냥 구경만 했답니다.ㅠㅠ
그러고 보면 털과 깃털을 가지고 글을 쓰는 도구를 발명해낸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잉크와 먹을 오래 머금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저게 나온 듯 싶은데- 겉모습은 많이 달라도 왠지 통하는 것이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물론 내구성으론 붓의 압도적인 승리같지만 말입니다 하하;
/좋은 일인진 모르겠지만 졸전 컨셉이나 아이디어를 교수님께 제출할때마다 쉽게 통과되어서 작업이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rin님도 몸 조심하세요! 아프지 마시구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