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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1회 감상



한 줄 요약하자면, SBS사극의 문제점을 다 안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는 재미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때 나오는 타이틀 오프닝은 정말이지 상당히 멋져서 두근두근했는데 방송이 시작되고 잠시 후... 뭔가 좀 아스트랄한겁니다. 시사회때 봤던 20분 영상과 같은 화면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 이상한 기분은?
시사회땐 이상한걸 거의 느낄 수 없었는데 본방을 보니 편집이 많이 끊기고 컷과 컷 연결이 어딘가 어색하고 화면도 그렇게 예쁘지 않아요. 그 20분 영상은 편집을 잘 해놓은것이더라구요.


배우가 하고 있는 연기를 매끄럽게 컷을 붙이지 못하고 다 끊어가는걸 보니 나중에 만석씨가 출연했을때 어떻게 카메라에 잡힐지 걱정스러워지기도 했고 액션씬은 뭐... SBS가 KBS, MBC 사극을 따라갈 수 없다는걸 다시 한번 증명해준 셈이고, 미술이야 마음을 비웠으니 그렇다 쳐도 화면의 색감도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첫회인만큼 적어도 후편집때 화면처리를 좀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건 염두에 두지 않았는지, 아니면 했어도 티가 안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쌩으로 찍은 화면이에요. 타 방송국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약한 세피아톤 같은 색감이나 콘트라스트 조정같은건 없고 그냥 집에 있는 카메라 들고 나가서 찍으면 나오는 그런 화면이더라구요.


야외촬영 장면은 어떨땐 괜찮아보이는데 요새 너무 오락가락한 날씨덕에 칙칙하게 나올때도 있었고(한 장면에서도 흐린날씨, 맑은 날씨가 공존하더라는..^^;) 실내세트에서는 많이 칙칙해요. 그런데 이것도 편차가 커서 종잡을 수 없는게, 내시들이 모여서 연판장을 쓰던 방은 화면이 칙칙한데 노내시(신구)가 난을 치는 방은 뽀샤시하니 예쁘더군요.


끊기는 편집이나 연출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지적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고, 일단 몰입감은 강하니까 괜찮아-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만, 그것이 배우들의 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진 연기에 대해서는 다들 호평이지만 간간히 조마조마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배우의 시선이나 동작, 동선에 카메라가 맞추지 못할때가 있더군요. 그게 제대로 삐끗하면 배우가 잘해 논 연기마저 어색해지는거죠.
몇주전에 김재형피디님이 췌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다른 한명의 피디와 긴급투입된 피디 두명이서 계속 촬영했다는데 연출이 오락가락하는게 그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이 드라마의 장점이 사극에서 날고기는 배우들이 모인 후덜덜한 출연진인데 혹시라도 그 배우들이 아깝다는 소리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쓰다보니 제가 많이 안 좋게 적어논 것 같은데요^^;
이 드라마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좀 한 것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가 SBS로 갔을 때부터 이미 각오를 해두어서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1회가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연출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자마자 기대를 내려놓고 편하게 시청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봤습니다^^;;




첫회여서 그런지 참 빨리 몰아가더군요.
계획했던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며 처선과 성종이 태어나고 주변인물들은 서둘러 행동을 개시하면서 2회부터 시작되는 아역시절을 위한 밑밥을 다 깔아놓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연출에서 느꼈던 그 박함은 그 많은 사건들을 1회에 다 몰아넣느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인물들의 심리를 잔잔히 풀어놓을만한 여유가 거의 없더라구요. 애를 안고 도주하다가 위급하니까 바로 눈물을 쏟으면서 애를 숨겨놓고 다시 도망치는 처선모는 그러다 쳐도 막 자살하려던 월화가 아기를 발견하자 바로 생각을 돌리고는 자신의 애로 거두면서 방긋방긋 웃는건 좀 아쉬웠죠.


하지만 그렇게 급해도 내용 자체는 막힘이 없더라구요.
조치겸을 이야기의 축으로 삼고 처선모와 세자빈 한씨의 이야기가 양가지로 뻗어나가다가 역시 조치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하나로 모여요.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조치겸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양부養父 노내시(신구)의 역할도 적절했습니다. 그 조언에 따라 조치겸은 김자명을 배신하고, 노산군파 내시들을 숙청하고, 처선모 오씨를 세지빈 한씨에게 유모로 들임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처선의 운명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죠. 게다가 처선을 키우는 쇠귀노파와는 어렸을때 양육받았던 사이였으니 아기 처선과 자연스럽게 만나서 눈도장을 찍기까지!


이렇게 따져보면 모든 이야기를 다 틀어쥐는 조치겸이야말로 대단한 마당발인데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첫회에 들어갈 법한 전형적인 클리셰들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몰입감 몰입감 그러는데 내시라는 신선한 등장인물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물흐르듯 막힘없이 전개해나가서 그런 것 같네요. 이런 식의 전개가 첫회라는 특수성에만 그칠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여튼 이렇게 다 깔아놓았으니 아역이 등장하는 2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겠네요^^
덧붙여 연출과 심리묘사도 좀 괜찮아져서 그건 역시 1회여서 그런거였어 하고 말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몇개 꼽아보면...


-- 세자빈 한씨와 처선모 오씨의 출산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주던 것...
둘다 힘든 출산이지만 한쪽은 산실안에서 상궁들의 부축을 받으며 출산하는데 다른 한쪽은 시커먼 동굴 안에서 낙옆을 이불삼아 나무작대기를 입에 물고 쭈그려 앉아 출산하는것이 어쩜 그렇게 대비되던지....ㅠㅠ
꼭 태어나는 아기들의 앞으로의 운명을 예감케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쪽은 일국의 왕으로서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존재인데 이쪽은 그 왕이란 존재를 모시면서 모든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견뎌야 하는 내시...








-- 조치겸의 처 정씨를 맡은 김소현씨는 우려했던대로 다소 과장된 연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표독스런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는데다 내가 돈에 팔려 내시의 아내가 되었다느니 이날 이때껏 독수공방했는데 첩 들이는 꼴 못본다느니 등등 정씨가 악에 받쳐 내지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내시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집중하게 되더군요.





오씨를 새로 들인 첩으로 오해하고는 막 투기하다가 분노한 조치겸에게 딱 걸려서 연못으로 내던져지는 장면도 좀 웃음이...^^;; 주목은 확실히 받았으니 김소현씨가 차차 TV에 적응을 해나간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막 날뛰다가 저 가체가 다 흘러내리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참 좋았어요.
그런데 디씨에서 코믹짤방으로 쓰이겠다느니 뭐니 해서 배우 이미지를 위해 캡쳐는 생략.






-- 일찍 가버리신 이일꽃...ㅜㅜ 김자명역의 이일재씨의 미모는 역시나 청순하셨어요.
딱 한장면 나온 단종 역의 아역배우도 연기가 좀 어설픈 것만 빼면 이목구비가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뭐랄까.. 소년왕 단종의 이미지에 비해 선이 좀 야하고 기가 쎈 느낌?








-- 절벽에서 떨어져 기억을 잃은 오씨를 조치겸이 세자빈 한씨에게 유모로 소개시켜주는데요, (애를 낳은 직후니까 젖도 잘 나오고) 자기 품안에서는 그렇게 칭얼거리던 아기가 오씨의 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치고 젖을 빠는 것을 본 한씨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그리 좋지만은 않은 기색이 스치더라고요.
후에 성종을 두고 낳은 정과 기른 정으로서 대립하게 되는 둘의 관계를 이미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조치겸과 그 호위 내시 도금표가 찾아오자 쇠귀노파가 매우 반갑게 맞아들이면서 조치겸을 조무기라고 부르고 도금표를 도장군이라고 어릴 적 별명으로 부르잖아요. 근데 진짜 웃긴건 도장군- 하니까 그 피도 안나올 것 같은 도금표가 헛기침하곤 불퉁맞은 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겁니다. 그 인간적인 모습에 풋 했습니다; 자길 키워준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사람 앞에서 사무적인 모습을 풀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그 별명말이에요. 둘이 어렸을 때 어떻게 자랐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도금표를 도장군 하는걸 보니 역시 골목대장노릇을 한 듯 싶고 조무기는 왠지 이무기에서 따온 것 같은게 어릴 때부터 머리를 잘 굴리고 계산적이었던게 아닌지요...






-- 마지막으론 베이비처선이 주연노릇을 톡톡히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더군요.
어쩐지 어머니 품에 안겨 도주하면서도 눈만 땡글거리던 것이 범상치 않더라니 조치겸이 안아드니까 얘가 고개를 빳빳히 들고 조치겸의 얼굴을 팍 째려보더이다 헛헛헛헛. 아니 목도 제대로 못가누던 갓난애가 어디서 카메라를 알아가지고 맹랑한 표정을 다 짓는지 모르겠습디다. 하도 웃겨서 제일 먼저 이 장면부터 캡쳐했어요.




그야말로 역발산 장수의 기개를 가졌지만 펼치지 못하고, 처와 수백의 자손을 거느릴 상이지만 한점 혈육도 남기지 못하고, 만고의 충신으로 존경받을 것이나 조정에 출사도 못한다는 그 三能三無의 상!


그런데 엔딩을 이 베이비 처선의 얼굴로 잡더라구요.
여인천하때도 엔딩은 늘 주연인 정난정이었는데 그럼 이번에도 계속 처선의 얼굴로 엔딩을 내는 걸까요?+_+
오늘 방송될 2회도 아역 처선의 얼굴로 끝을 낸다면 가능성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에서도 한번 언급했었던 매우 인상적인 오프닝.
맨 처음부터 만석씨가 나오는데 눈을 약간 내리뜨고 돌아보는 얼굴이 너무 도도하고 고우셔서 헉 했어요. 그동안 올려준 홍보짤에선 만석씨 미모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길래 이런 모습이 오프닝에 담길거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좋은 의미로 딱 내시잖습니까!!!!!



속눈썹도 그린 듯 살짝 올라가 있고 목선도 제대로 나와주시고 도도한 표정도 맘에 들고..............ㅜㅜ
이 모습을 드라마 시작할때마다 보게 된다니 행복합니다ㅠㅠ




소화와 성종도 참 잘 나왔습니다.




이렇게 정지된 캡쳐화면으로 보면 느낌이 좀 덜한데 커다란 화면으로 영상을 보면 참 멋져요.
다른 출연진들은 배경에 그냥 색색의 연기(?)가 움직이는데 처선, 소화, 성종 세명만은 각각 반딧불, 벚꽃, 불씨가 흩날리고 있어요. 어둠 속에서 가만히 깜박이는 반딧불, 덧없이 져버리는 벚꽃잎, 타올라 흩날리는 불씨.
셋 다 캐릭터를 매우 잘 표현해주는 것 같네요.







by 아테 | 2007/08/28 21:26 | └오만석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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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랄라라라 at 2007/08/29 00:51
안녕하세요, 진짜진짜 오랜만에 덧글남겨요^^;; 왕과나...경쟁작과의 시청률 싸움에서 모종의 이유때문에 이기길 막 바라구있어요. 오만석씨도 평소에 좋아하고 구혜선양도(다른분들의 불만족과는 다르게)좋아해서 더더욱이요. 첫회는 확실히 편집이 안습이었지요ㅠㅠ 특히 월화가 자살하려다가 마는 신은...촘..웃겼어요. 색감이나 미술은...미술은 어디까지나 생각했던것보다는 좋았고 색감은 아예 포기했구요^^ 스토리나 부차적인것은 차차 지켜보려구요. 역시 아테님 감상 멋져요!
Commented by 아테 at 2007/08/29 17:00
랄라라라님/ 네, 미술은 생각한 것보단 좋더라구요. 연회장면에서 세조가 앉아있었던 용상도 이중으로 쳐져 있는게 꽤 괜찮았어요. SBS 연개소문에서 수문제가 앉아있던 옥좌가 배우가 움직일때마다 덜컹덜컹 흔들렸던 안습상황을 목격했던터라 진짜 많이 걱정했는데 여기선 그럴 듯해서 안심했어요^^;;
저도 사실 잘 되서 청률이 저쪽보다 쫌 높게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이산도 관심갖는 드라마여서 둘다 나눠먹으며 윈윈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제가 좀 그쪽에서 상처받은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야심만만때 보니까 구혜선양이 참 사랑스럽더라고요. 그 모습이 드라마에서 잘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작년부터 왕과 나 오디션보면서 대본연습도 했다니까 그동안 준비 꽤 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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