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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 (滿城盡帶黃金甲) 보고 왔습니다.



어제 사랑니를 뺐지만 놀랄만큼 상태가 좋아서 오늘 영화도 보고 왔습니다^^
사랑니 빼고는 콩벌레처럼 몸 둥글게 말고 침대 한구석에서 낑낑거렸던 husky나 볼에 퍼렇게 멍이 들기까지 했던 husky친구님에게도 미안할 정도로 저 너무 멀쩡합니다. 의사선생님도 오늘 저를 보고는 "다음주 월요일에 반대쪽 뺍시다" 이러셨습니다; 그런데 쉬운 쪽부터 뽑은 거라서.. 반대쪽은 문제의 '턱뼈 째야 한다는 사랑니'..덜덜




여튼 황후화.
원래 제목은 만성진대황금갑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우리나라 제목인 황후화가 어감상 더 영화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신문에 실린 20자평을 보니 모기자님이 이 영화를 두고 "가장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콩가루집안 이야기" 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하도 딱이라서 더할것도 뺄것도 없습니다; 완전 중국황실가족잔혹사예요.




스포일러 및 결말 언급이 적나라합니다. 보러갈 예정이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클릭하세요



이 영화에서 제일 나쁜 놈은 황제(주윤발). 완전 치를 떨게 만듭니다.
이 잔혹한 이야기의 원인은 다 이 사람이에요. 마지막에 폭주하셔서 머리카락 휘날리며 셋째아들에게 분노의 싸대기를 날리고 분노의 채찍질을 하시는데 아 정말... 보기가 괴로웠던 장면이에요. 죽어서 움직이지도 않는 아들의 등을 계속 갈기는 그 혁대에 낭자한 선혈이라니. 집에 와서 캡쳐하다가 알았는데 극장 상영에서는 이 장면이 약간 잘린듯 싶습니다.


제일 불쌍한 사람은 첫째왕자 원상(유엽).
유엽이 연기한 <무극>의 검은늑대도 진짜 불쌍했었는데 여기서도 그에 못지 않더군요. 유엽 특유의 분위기때문일까요? 자꾸 이렇게 희생당하는 역을 맡네요.

무극의 검은늑대
워낙 분장이 짙어서 유엽인걸 못알아봤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모후(공리)와 정을 통한 죄의식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황궁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황궁 안의 모든 것에 두려움을 품고는 늘 겁에 질려있는 듯한 눈동자로 제 보호본능을 자극하더군요; 어머니가 다가와도 움찔, 아버지가 다가와도 움찔, 하는 그 모습이라니;;
형이 자기 친어머니와 관계를 가졌다는 걸 알고 혐오감을 이기지 못한 셋째왕자가 별안간 첫째왕자 원상에게 칼을 꽂았을땐 헉 하고 비명이 나올 뻔. 애가 중간부터 눈치를 챈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그럴 줄은 몰랐어요. 초반부 내내 해맑은 얼굴을 한 주제에 날 속였어!!!



스스로 망토를 벗고 죽음을 선택한 검은늑대를 보면서 안타까웠지만 원상 이 사람도 왜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야 했나 싶더군요. 마지막까지 살았으면 했던 사람인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셋째왕자가 그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또 한번 자살을 시도했을 것 같아요.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정을 통한 것만으로도 제 정신으로 버티기 힘든데 막판엔 자기가 자기 누이와 모르고 정을 통했다는 것까지 알아버렸으니까 얼마나 살기 싫겠어요. 아직도 상처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판에 그걸 듣고는 그냥 맥없이 무너져내리더라고요.




혹자는 황후화를 두고 중국의 중화주의가 노골적으로 풍긴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런걸 잘 못느꼈어요.
그 말로 다 못할 화려함. 그것은 중화주의의 상징이라기보단 끔직한 위선으로 느껴져서요.


자기 입으로 충 효 예 의를 설파하던 황제는 뒤로는 자기 전부인을 죽이고 둘째 부인마저 죽이려고 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고,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한 실내와 복도는 죽음의 탕약을 마셔야 하는 황후를 옭아매고 그녀의 온전지 못한 정신상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게다가 간밤에 끔직한 살육전이 벌어졌던 흔적을 싹 치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노란 국화 수만 송이로 빽빽히 메우고 중양절을 치르는 마지막 장면은 꽤 의미심장하더군요.
중화사상의 패권주의를 열망하기는 커녕 그 반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의 의도가 어찌됐든 간에 저는 황실이 막장 가족사를 연출하는 이런 이야기에서 중화사상을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어요.




뒷 이야기.
이 스틸컷을 봤을땐 첫째왕자가 마치 졸고 있는 것 같아서 얘 성격좀 봐! 하고 웃어댔는데 그게 아니더라....ㅜㅜ



부상으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억지로 부축해서 중양절 의식을 치러내게 하는게 참 보기 그렇더라구요. 저게 황실이란 건가 하는 생각이.




그리고 이 스틸컷을 봤을땐 이불로 몸을 말듯 저렇게 하고 앉아서 뭐하는거지 싶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는 풉.
보신 분만 압니다. 나름 철저히 웰빙하는 황제시더군요^^;





여기서 등장하는 의상은 다 멋졌지만 섹시하게 앞가슴을 드러내는 여자의 의상말고도 남자의 의상에도 특히 눈길이 가더라구요. 소매가 넓은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치마를 딱 둘렀는데 젊은 남자들이 발끝까지 치렁치렁 내려오는 치맛자락을 펄럭이는게 너무 보기 좋아요! 게다가 잘 보니 뒷 주름도 잔뜩 잡혀서 질질 끌리더라구요. 아놔 너무 그리고 싶어요.ㅠㅠ
아마 콩깍지이겠지만 출연배우들 중 최장신인 유엽이 그 의상을 제일 보기좋게 소화하시는 것 같네요. 주윤발 형님도 전혀 짧지 않게 위풍당당하게 소화하시구요.



그렇지만 본좌는 저 치렁치렁한 의상을 입고도 이단 옆차기를 제대로 날리신 이 분-_-b
유엽 본인인지 대역인지 확신은 못하겠네요




공리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야연>에서 황후를 맡은 장쯔이가 공리와의 친분으로 <황후화> 촬영현장에 놀러와서 구경하기도 하면서 은근히 경쟁심을 내보였다는데 양쪽 다 본 입장에서 황후화와 공리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화장이 예쁘더라구요. 어쩜 의상의 색깔에 맞춰 아이섀도와 입술을 그렇게 환상적으로 칠하는지.




특히 금빛펄이 붉은색과 우아하게 어우러지는 입술색이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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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상으로는 18금 딱지를 받은게 이해갈 정도로 괴로웠지만 시각적으로는 너무나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평소라면 황제의 옷이 어떻고 황후의 옷이 어떻고 머리장식이 어떻고.. 주절주절 늘어놓겠지만 이쯤 되니 그냥 말문이 막히네요.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려함의 정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시각적 향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 황실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당장 상영관으로 달려가서 봐야 할 영화 1순위예요.


그리고 또 하나. 팜플렛과 예고편을 너무 보이는 그대로 믿지 마세요.
군대가 나온다고 해서 무협영화나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봤다간 뭐야 할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황실 영화이고 생각보다 자그마한 이야기입니다.


<연인>의 안좋은 기억 때문에 <황후화>도 비주얼에 치중하느라 스토리는 뒷전인 그런 영화가 될까봐 걱정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누구말마따나 영웅-연인에 이은 3연작 중에선 가장 내용있는 영화입니다. 액션이나 전투장면에서는 장이모 특유의 뽕이 좀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게 거슬리거나 웃음이 나올 정도는 아니구요.


이것도 DVD 출시되면 지르기로 결심.




by 아테 | 2007/02/13 21:34 | ●영화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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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견습기사 at 2007/02/13 21:39
드디어 사랑니에 손을 대셨군요. 안 아프게 설렁설렁 뽑히기를.;;;
Commented by 아테 at 2007/02/13 23:51
견습기사님/ 예, 이 골칫거리를 드디어 뽑았습니다!! 아직도 붓기는 남아있지만 너무너무 시원해서 죽겠습니다. 앓던 이 빠진 기분을 알것 같아요^^ 반대쪽 사랑니는 어렵다고 해서 겁이 나지만 의사선생님을 믿어봐야죠...훌쩍
Commented by 191970 at 2007/02/14 10:09
저는 사실 영웅과 연인도 좋았어요. 황후화도 보고 싶은데 요즘 영 시간이 안되네요=_=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7/02/14 12:47
어휴, 전 이거 예고편만 보고서도 방대한 금빛과 쓸데없는 화려함에 기가 질렸어요.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영화구나 싶더라구요. 저렇게 금빛번쩍하면 금이 귀한줄도 모르겠어요. 숨막힐 정도로 치장한 영화라서 형님이 나오신다고 해도 보고 싶지 않았어요;ㅅ;
아, 저도 무극에서 검은늑대가 제일 불쌍했는데;ㅅ; 여기서도 또 불쌍하게 죽어가는군요. 이런 역 전문 배우인가아..훌쩍.;ㅅ;
Commented by rin at 2007/02/14 14:46
와우............사랑니 뽑으셨군요,
전 하필 고3때 사랑니 4개 한꺼번에 뽑고 한달에 7키로가 빠진 슬픈역사가..-_-;(지금생각해도 무식했지요...아무리 사랑니땜에 두통이 난다고 해도 고3때;;;;)
몸조리 잘하세요.
Commented by 아테 at 2007/02/14 23:24
191970님/ 안그래도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더라구요. 황후화도 개봉한지 좀 되어서 슬슬 끝물인 것 같은데 내리기 전에 날 잡아서 한번 보세요.


파김치님/ 영웅에서 보였던 색에 대한 집착이 금색으로 옮겨온 것 같아요. 배경이 중양절이고 하니 국화의 노란색과도 맞춘 것 같구요. 실제로 저런 공간, 저런 의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걸 입고 저곳에서 돌아다니는 배우들이 부러울 지경이었어요;;
이목구비가 섬세해서 고뇌전문 배역만 붙는것 같아요; 거기다 속눈썹은 또 어찌나 긴지, 눈물을 흘리는데 그 촉촉하게 젖은 속눈썹이 눈 밑에 달라붙더라구요 으아...ㅜㅜ


rin님/ 아.. 4개를 한꺼번에 빼셨군요; 아니 그럼 대체 어느쪽으로 씹으라구요?;; 아픈것도 아픈 것이지만 살이 그렇게 빠지실만도 하군요...ㅠㅠ 제 사랑니를 봐주신 의사선생님은 4개는 커녕 왼쪽 오른쪽 두개씩 뽑는 것도 환자만 고생한다고 말리셔서 하나씩 뽑기로 했어요.
오늘 황후화 보러가신다고 하셨는데 어떠셨는지요? 잘 보고 오셨나요?^^
Commented by rin at 2007/02/15 15:58
옙, 잘보고 왔습니다. 딱 위의 말이 맞더라구요...'돈많이들인 콩가루집안 이야기' 하지만 비쥬얼은;;; 중화사상이란것이 겉만화려하면 된다...인가...--;
뭐...극도의 겉치장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의 본거지 이니...오죽하겠습니까. 그냥 눈이 즐거우니까...하고 봤습니다.
사랑니는 서브파트 이므로 (위아래4개뿐이잖아요-_-;) 일상생활은 지장없다는 말을 듣고 뽑았습니다만.(사실 병원가기 귀찮았어요T.T)확실히 타격이 엄청나더라구요.
한동안 말을 거의 못했었으니까요.
Commented by 아테 at 2007/02/15 18:56
rin님/ 안으론 아무리 막장이어도 겉으론 그럴듯해보여야 한다는 위선이 아닐런지요-_- 마음보다 예로 치우쳐버린... 황제가 설파하던 유교사상과 닿아있는 것 같구요. 마지막 결말에서는 도대체 황제가 저렇게까지 해서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싶더라구요. 후사는 누가 이으시려고요;
결국 두통을 단번에 면하시려다가 몸살을 얻으셨던거군요ㅜㅜ 저도 딱 하나만 뽑았는데도 그날은 입을 자유롭게 여닫을 수가 없더라구요. rin님이야 오죽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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