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17일
만화「내일의 왕님」으로 보는 배우들

지난번 husky와 함께 그 유명한 상봉역 중고만화책방에 들러서 <내일의 왕님> 전 10권과 기타 만화책 몇권을 낑낑대고 들고 왔습니다. 중간에 친구가 일하는 아웃백에도 들러서 부시맨빵 두개랑 버터 잼 등등도 들고왔으니;;;
<내일의 왕님>의 내용은, 우연한 기회에 연극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진 사사야 유우라는 여대생이 극본 겸 연출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인데요. 그 과정에서 갖가지 배우들을 만나고 연극과는 많이 다른 TV 드라마의 각본을 쓰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이야기가 저에게 많이 친숙하더라구요^^
그중에서 배우들의 얘기를 하자면...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치이 토야. (상단표지사진 오른쪽)

데뷔하자마자 그해의 신인상을 휩쓸며 연극계의 스타로 떠오른 재목인데, TV드라마와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연극무대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기도 해요. 그러나 연기라는 공통점과 배우의 길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내고 무대와 TV 양쪽을 오가면서 차차 적응하지요.

보자마자 오만석씨가 겹쳤어요. 공통점이 한두군데가 아닌데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강한 인상도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더라구요. 활처럼 올라간 눈썹이며 짙은 쌍꺼풀, 부리부리한 눈까지. 콩깍지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요;
그리고 중반부에 여장하고 무대에 선 장면도 나오는데(백미예요!) 자연히 만석씨의 경력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쿨럭;
그리고 또 한명 사와무라 후지노스케. (상단표지사진 왼쪽)
차세대 가부키의 인재로 주목받는 배우입니다. 이 사람도 사사야 유우에게 이끌려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게 돼요.주위 매력남들을 다 끌어들이는건 순정만화 여주의 숙명이란 말인가ㅜㅜ
TV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가부키의 양식화된 연기와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와의 사이에서 큰 갭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는데 유우의 말 한마디에 별안간 깨침을 얻어(;) 놀랄만한 연기를 선보이고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급속도로 이치이 토야와 맞설만한 재목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게 일본 만화여서 일본의 연극계와 연예계를 많이 반영하고 있더라구요.
실제로도 일본은 TV에 나오는 배우가 연극무대에 서는 일이 종종 있고 배우가 양쪽을 오가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가부키 배우들도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이들이니 TV와는 거리가 멀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가부키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가장 빨리 적응했던 전통공연예술이었어요. 시대극 영화가 중흥했던 60년대에 다른 누구보다도 시대극 연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가부키 배우들이 많이 진출했었고 그렇게 확립된 교류는 지금도 여전해요. NHK대하 등 사극 드라마에서도 가부키 배우들을 간혹 볼 수가 있고 유명한 가부키 배우인 나카무라 칸쿠로(칸자부로)씨가 일본 탤런트 회장일 정도지요. 지금은 나카무라 시도나 나카무라 시치노스케같은 젊은 가부키 배우들이 시대극 현대극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히면서 관객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만화가 국내에 번역되어 들어왔을때는(2001년도) 아직 우리나라의 상황과 거리감이 좀 있었을테지만 지금 다시 보니 이렇게 낯익을 수가 없어요.
이치이 토야가 TV에 출연해서 갑자기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자 토야의 팬이었던 유우의 친구가 투덜거리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나만의 보석이 아니게 된다고. 연극이 끝나고 달려가서 싸인을 받고 얼굴을 보는 일도 어렵게 될 거라고요.
뿐만 아니라 토야가 출연한다는 소문이 돌자 이전까진 아무 관심도 없었던 극단의 공연에 연예계 기자들이 몰려들고 관심이 집중되어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하죠.
만석씨 팬분들, 많이 친근한 상황같지 않습니까? 으하하하
그리고 상대편 배우가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관객이 아닌 스탭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연극배우로선 도저히 몰입이 안되는 그런 환경에서 토야가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드라마틱에서 인터뷰한 만석씨 말씀이 떠오르더라구요.
...배우가 아니라 제1, 2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연기할 때도 있고 어떨땐 스탭의 주먹을 보고 대사를 쳐야 할 때가 있어요. 그게 적응이 안되었는데 지금은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감정을 끌어올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가는데 카메라 촬영은 감정을 끊어서 조각조각 가져가니까 페이스 조절이 어렵다.. 라는 만석씨의 말씀도 이 만화에 다 담겨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그려낼 정도면 뭔가 특정 모델이 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치이 토야의 경우엔 떠오르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네요. 그만큼 일본에선 연극으로 시작해서 TV에 나온 젊은이들이 많아서요. 토야의 천재성을 생각해본다면 그보다 훨씬 어린나이에 데뷔한 후지와라 타츠야도 비슷해보이긴 하고 생김새는 오구리 슌을 닮았다는 생각이. 그도 연극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양쪽을 오가고 있다고 하지요 아마?
사와무라 후지노스케는 곧바로 '이치카와 신노스케'와 '오노에 키쿠노스케'를 떠올렸습니다.

中: 이치카와 신노스케市川新之助 右: 오노에 키쿠노스케尾上菊之助
둘 다 가부키계에서 주목받는 젊은이인데다가 다양하게 연기활동을 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특히 키쿠노스케는 온나가타(女役)출신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는게 겹치구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읽어갔는데 마지막 권에 실려있는 작가 후기에서 이치카와 신노스케를 모델로 했다는 글이 적혀져 있더라구요! 딱 알아맞춘 그 뿌듯함이란! 그러고보니 이 만화가 그려질 당시가 1998년이었으니 아직 기쿠노스케가 가부키 이외의 영역에 도전하기 전이네요. 그 이후에 그려졌다면 작가님은 이분도 모델로 삼았을 것 같습니다. 신노스케는 아무래도 남자다워서.. 후지노스케의 얄쌍한 외모는 키쿠노스케와 더 비슷해보이거든요.

1992년 <도죠지道成寺>에서의 키쿠노스케입니다.
먹칠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둘다 같은 춤사위예요.
아래는 신노스케의 히카루 겐지.

이치카와 신노스케는 그 후 더 성장해서 2003년 NHK대하 무사시의 주연을 맡았고 2004년에 정식으로 대를 이어 에비조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습명) 작가님이 후지노스케를 통해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무사시>에서 신노스케는 가부키적인 연기와 드라마적인 연기 사이에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하네요.

키쿠노스케는 얼마전에 거장 이치카와 곤 감독(한국으로 치면 임권택급)의 <이누가미가의 일족>을 찍기도 했구요. 예고편을 봤는데 가면을 반쯤 벗고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끼치더군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신노스케와 키쿠노스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제가 옛날에 올린 이 글
가부키 배우 두명의 smapXsmap 비스트로 이야기 을 봐주시길 바래요^^
아무튼 이 만화 곳곳에 그려진 여러편의 연극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게, 사사야 유우가 오랫동안 토야를 모델로 마음에 담아왔던 <되돌이 고개>였어요.
깊고 깊은 산중에 오두막 한채. 그곳에 길을 잃은 나그네가 우연히 찾아들어서 노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괴이한건, 이야기 하나씩을 끝낼때마다 노인이 점점 젊어지는 겁니다.
완전히 젊어졌을때 밝혀지는 정체.
젊어져가는 과정을 표정, 몸짓, 목소리등으로 연기해야 하는 이 어려운 배역을 이치이 토야와 후지노스케가 동시에 맡아서 겨루게 됩니다. 후지노스케는 노인의 귀기를 가부키의 양식미와 일본적인 색채로 연기해냈고 토야는 잘생긴 얼굴을 일체 보이지 않고 목소리와 동작으로만 연기해냅니다.
같은 배역을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데서 오는 재미때문에 더블 캐스팅을 양쪽 다 관람하기도 하고 다른 연출로 다시 올려지는 공연을 또 보러가기도 한다지만, 만화에서 그 점을 잘 표현한 데가 이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너무 짧게 그려서 아쉽긴 했지만요.
덧붙여서 사사야 유우와 라이벌관계로 그려지는 카즈마 린이란 극작가,
아무래도 극작가 노다 히데키와 쿠도 칸쿠로를 짬뽕시켜논 것같다는 생각이...;

좌: 노다 히데키 우: 쿠도 칸쿠로
# by | 2007/01/17 18:26 | ●사람들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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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건, 역시 옆나라 연극이랄까; 가부키도 무척 보고 싶은데 그저 유투브 영상으로 조금씩 맛볼 뿐이다. 가부키 <겐지모노가타리> 히카루 겐지-이치가와 신노스케 무라사키노우에-오노에 키쿠노스케 후지츠보-반도 타마사부로 ...라는 환상적인 라인업.ㅠㅠ 이거 가부키계에서는 드물게 단독 화보집까지 나왔다던데(나올만도 하지;) 이거라도 구해봐야 할 듯. 몇번인가 재탕한 신노스케의 겐지짤; 그......more
히카루겐지...끝내주는군요.ㅠ 그런데 청초한 이미지가 겐지 아들내미(...정확히는 공주님의 외도...;;) 카오루도 떠오르고.^^~
후후.. 히카루 겐지 참 단아하죠! 다른 겐지 사진도 있지만 저게 제가 제일 아껴라 하는 사진이에요^^ 저 겐지가 무대위에서 움직이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ㅜㅜ
그런데 무사시의 장면이 많이 나왔다는걸 보면 옆에 있었던 머리 민 분도 무사시에 출연한 배우였나봐요? 누군지 궁금하네요. 이래서 집에 NHK가 나오고 봐야 한다니까요. 저번에 위성이 채널을 바꾼 후론 나오지 않아서 슬프네요ㅜㅜ
우와-. 내일의 왕님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반가워요!
그런데 모델이 있었군요;; 후기에서 이름 본 기억은 나는데.. 설마했더니;;;; ^^
스마스마에 출연한 거 진짜 보고싶어지네요~ㅎ 다만ㅜ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군요;
같은 연극물이면서 유리가면처럼 눈동자 비우면서 활활 타오르지도 않고 어찌보면 반대편에 서 있는 만화라고 할까요?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