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08일
「황진이」 엄수 조성하 -드라마틱 인터뷰

이번호 드라마틱을 읽다가 엄수 조성하님 인터뷰 말미에서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이 분은 배우로 살아가는 예인으로서 악공 엄수를 잘 이해하는 것 같고, 부드럽고 섬세한 어법에서도 그게 묻어나오는데 그 말투로 조곤조곤 자신이 배우임을 드러내는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어찌나 짠하던지.
거울을 보면서 분장을 지울 때, 배우의 삶이 갖는 모든 비애와 감정이 다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연극이 끝난 후의 그런 느낌들이 있죠. 그 허전함. 등짝이 한바가지 훑어나간 것 같은 느낌. 한 인생을 살고 나서 마지막에 나를 반성할 때 내가 맞게 산 건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온 것인지, 더 줄 것은 없는지... 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못 가지고 오는 것이니까 그런 느낌들이 있겠죠.
무대에 내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배우들이 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돌아서서 쓸쓸히 술 한 잔 먹고 비틀비틀거리면서 집으로 가다가, 자고 나와서 아침해가 뜨면 허전하죠. 사람은 자기 할 일이 없다는게 참 슬픈거 같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침에 다들 출근하니까 나도 어디론가 가야할 것 같아서 대문을 열고 나왔는데, 골목길에 서서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거야. 하늘을 보자니 답이 없고, 직접 보자니 만날 사람도 없고, 저쪽으로 가자니 할 일도 없고, 아 답답하죠. 공연이 끝난 순간이 그런 순간하고 비슷한것 같아요. 누구에게 더 줄 수도 없고 나눌 수도 없고 모든 것이 이제 다 끝이잖아요. 끝이라는 것과 또 새로운 시작을 해야 된다는 그 시점. 그래서 허전한. 그러나... 전화가 또 한 통 걸려오면(웃음) 즐겁게 대학로로 간다는 거.
(일동 웃음) 이렇게 끝을 맺어주시는구나. 그렇죠, 또 즐겁게 대학로로 가는 거죠.
가면서 또 몇 통 전화로 때린다는 거.(일동 웃음)
그러나 12시 넘으면 또 다들 비틀거린다는 거...
불이 켜지면 아무것도 없는 무대를 바라보면서 방금전까지 있었던 배우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은 것처럼 배우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군요.
그리고 비유로 든 것이지만서도 힘든 연극계 생활이 팍팍하게 느껴져서 눈물이...ㅠㅠ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그 막막한 심정 내가 잘 알지!!!(버럭) 한때 방황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갈데가 없었어요.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한걸음 떼어놓기도 망설여지는거예요. 그것조차 판단할 수 없는 막연하고도 막막한 심정이라는게 어떤것이겠어요. 척박한 연극계에 계셨던 조성하님의 고단함에 감히 대어볼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뭐 굳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아도 현재 제 눈은 퉁퉁 부어 있습니다.
백무님!!!!ㅠㅠㅠㅠㅠㅠ 어쩜 그렇게 가십니까. 특히 훈육어미 금춘의 오열은 잘 울던 사람을 배로 더 울게 하더라구요. 현금 전미선씨의 결혼식에 오셔서 인터뷰를 하다 말고 촬영장의 기억을 떠올리며 또 눈물을 비치려고 하셨는데 그럴만도 했어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살붙이가 떠난 것처럼 마음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느낌이었어요.
이상하게도 황진이는 감상을 잘 못쓰겠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매우 감성적인 드라마라서 그것을 또박또박 글로 풀어나가고 싶지 않은가봐요. 물기 띤 드라마에 물기를 더해주지 못할 망정 그것마저 말려버리는 메마른 감상문이 될까봐 저어하는 마음도 있고요.
불멸 때는 전쟁, 정치, 정쟁 등 이성과 실리가 지배하는 세계와 애민, 사랑, 고뇌, 우정 등 감성에 호소하는 선주누님의 세계가 어울려 있다가도 간혹 충돌할 때가 있었는데 황진이는 절대적으로 감성을 울리는 세계가 지배하고 있달까요. 때문에 선주누님은 많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틀어쥐고 있느라 힘들겠지만 자기 세계안에서 그것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불멸때보다 편해 보여요.
여튼 감상문을 쓰진 않아도 매주 꼬박꼬박 녹화까지 하며 닥본사 하고 있습니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서, 조성하님이 얘기하는 엄수 얘기도 재미나요.
이분이 비열하게 나온다는 영화 <거미숲>도 보고 싶구요.
조성하: ...엄수는 말이 필요없는 사람이죠. 말을 해서 좋을 일이 없는 사람이죠. 굉장히 성숙된 모습인데요, 침묵이란. 나는 침묵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나 자신과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잖아요. 내 안의 알파와 베타가 수많은 답변과 질문을 계속하고 있는거죠. 그게 외적으로는 침묵으로 보이는거고.
굉장히 슬프네요, 그 말씀이. 엄수에 대해서 하신 표현, 말을 많이 해서 좋을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거. 그게 정말 엄수의 본질인 것 같아요. 침묵이 갖는 힘. 그게 바로 예인이잖아요. 특히나 조선같은 신분제 사회 속에서의 예인의 삶.
그렇죠. '엄수'는 말로써 결정되는 사람이 아니에요.
박현정님이 진행하는 배우분들의 인터뷰는 항상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군요^^
기자부터 작품에 대한 이해와 배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니까 착착 장단이 잘 맞구요.
아우 그나저나 저 내일부터 시험인데!! (토요일에도 시험봅니다. 두 과목이나=_=)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 by | 2006/12/08 12:17 | ●드라마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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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방영분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아직 안나왔을 것 같기도;) 묵묵히 아픈 심정을 달래던 엄수가 비로소 입을 떼고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시거든요...ㅠㅠ 거기서 또 한번 넘어가버렸습니다.
익명님/ 여기선 태그를 댓글로 달아드려도 복사하실 수 없으니 제가 익명님 이글루에 비공개 댓글로 달아드릴게요. 저는 불펌->트래픽건때문에 우클릭금지 태그를 먹였지요;; 손님들이 댓글을 다실때 조금 불편할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ㅜㅜ
그나저나 제가 이글루를 선택한건 다른 이유도 있지만 네이버 블로그의 그 점이 마음에 안들어서였는데 이곳마저 잠식당하기 시작하면 어쩌란 겁니까;;